• '운빨로맨스' 이청아

    '운빨로맨스'의 이청아. 배우 이청아는 지난 14일 종영된 MBC '운빨로맨스'에서 한설희를 연기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운빨로맨스'의 이청아. 배우 이청아는 지난 14일 종영된 MBC '운빨로맨스'에서 한설희를 연기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13년 차 배우 이청아, '뱀탐'과 '운빨'로 인생의 2막을 열다

    배우가 대중에게 박힌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어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떠한 캐릭터로 큰 인상을 남겼을 때 그 캐릭터는 배우를 높은 곳에 올려주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만나야 한다는 숙제도 함께 안겨준다.

    최근에 만난 배우 이청아가 그랬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순진무구한 강동원의 첫사랑을 연기했고 버즈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라마 '호박꽃 순정' '꽃미남 라면 가게'에서도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운다는 '캔디' 같은 역을 맡아왔다. 그런 이청아는 최근 2단 변신을 꾀했다. 케이블 채널 OCN '뱀파이어 탐정'(이하 '뱀탐')에서 '섹시 끝판왕'이라는 요나를 연기했고, MBC '운빨로맨스'에서는 털털한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 한설희로 변신했다. 그렇다고 '캔디 이미지'를 완전히 버린 건 또 아니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제게 제안이 오는 캐릭터가 한정적이라고 느꼈을 때, 그때부터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시사회도 참석하고, 패션 위크도 갔어요. 그런 단계를 거치고 요나와 설희가 제게 왔을 때 희열을 느꼈어요. 내게 이런 캐릭터가 오다니!"

    \
    "내게 이런 캐릭터가 오다니!" 이청아는 '운빨로맨스' 한설희와 '뱀파이어 탐정' 요나 역 제안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이청아가 '운빨로맨스'에서 연기한 한설희는 제수호(류준열 분)의 첫사랑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보통의 첫사랑과는 꽤 많이 다르다. 한설희는 털털하고 자기애가 아주 강하며 긍정적인 기운 그 자체인 캐릭터다. 꿈속에서 나올법한 그런 첫사랑이 아니라 현실에 있을법한, 현실적인 첫사랑이다.

    '운빨로맨스'는 떠났던 첫사랑이 남자 주인공에게 돌아왔지만, 남자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다른 여자가 가득하다는 진부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한설희는 진부하게 남자 주인공에게 돌아와 애절하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았다.

    "설희는 치사한 짓을 못 해요. 나름대로 멋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아이라서 상큼하게 들이대더라도 치근덕거리지는 말자고 생각하며 뒤에서 후회하는 친구예요. 저는 설희가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정말 쿨하게 마음을 접고 도와주는 게. 저에게 이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설희처럼 할 수 있을까요? 설희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
    "설희가 불쌍했어요" 이청아는 내용 전체를 알고 있는 배우로서 사랑의 결말이 좋지 못한 한설희를 안쓰러워했다. /임세준 인턴기자

    한설희는 제수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입원한 제수호의 병실을 찾았다가 심보늬(황정음 분)의 흔적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 이때 한설희는 "야, 너 아프지 마. 속상해"라고 읊조렸다. 이 대사는 원래 있던 대사가 아니라 이청아가 즉석에서 우러나온 감정을 표현한 부분이다.

    "저는 설희가 불쌍했어요. 이미 대본을 알고 있는데, 설희는 자기 상황만 알고 있지만 저는 전체를 알잖아요. 설희의 사랑이 어떻게 끝날지 이미 보이는데, 과거를 붙잡고 도돌이표를 그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너는 갈 곳이 없지만 나라도 너를 사랑해줄게'라는 생각으로 설희를 아꼈어요."

    이청아는 한설희 덕분에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걸 더 크게 느꼈다고. 그도 그럴 것이 이청아는 항상 사랑받는 역할에 익숙한 배우였다. 그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연기를 해보니 그게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
    "지금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이청아는 '운빨로맨스'를 마친 지금이 자신이 가장 많이 바뀐 지점이라고 말했다./임세준 인턴기자

    '저는 악플에 신경 안 써요'라고 말하는 연예인 가운데, 실제로 마음의 동요가 없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이청아는 '댓글을 보면 이제껏 이청아가 맡은 캐릭터 가운데 한설희가 가장 잘 어울렸다는 이야기가 많다'는 기자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이제 좀 (댓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할 때는 댓글을 덜 보려고 노력해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부분이거든요. 저는 피드백은 좋은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게 애정이 있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야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근데 이번에는 제 주변 독설가들이 다들 응원을 해줘서 처음엔 오히려 걱정했는데, 중간부터는 제가 즐겼던 것 같아요."

    10년을 훌쩍 넘긴 '늑대의 유혹'의 정한경은 대중이 이청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였다. 이에 이청아는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조바심을 낸 적도 있었지만 한설희를 연기하며 이러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이청아는 이제 '늑대의 유혹'의 가련한 이미지를 완전히 떨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캐릭터에 자신을 맞춰 새로운 이미지를 골고루 가져가는 게 더 좋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청아는 '운빨로맨스'를 마친 지금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중에 제 인생의 이야기나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아, 이때 내가 참 많이 바뀌었지'라고 선을 긋는다면 지금이 그 지점이 아닐까요?"

    heeeee@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