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탐사-내 눈을 속여봐①] '완벽한 비현실' 창조…특수분장의 세계

    '자세히 보아야 가짜다' 드라마나 영화의 현실감을 책임지는 특수분장의 기술과 영역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손해리 기자
    '자세히 보아야 가짜다' 드라마나 영화의 현실감을 책임지는 특수분장의 기술과 영역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손해리 기자

    TV 속 누워 있던 시체가 1000만 원?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속 세상은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야 하는 곳이다. 주인공이 작은 상처 때문에 흘리는 피 한 방울부터 대규모 전쟁신에 널부러진 시체들은 만들어진 가짜다. 반대로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잘 만들어졌다'는 인위적인 느낌 자체를 지우는 게 관건이다. 시청자나 관객의 눈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더욱 세밀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특수분장의 세계다.

    영화 '혹성탈출'(1968년) '스타트렉'(1979년) 등 특수분장의 원조로 꼽히는 영화들을 보면 할리우드에서는 보다 일찍 특수분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학파 인력들이 유입되면서 국내에서도 특수분장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988년 설립된 특수분장 회사 '메이지'를 중심으로 전문 인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86년 방송된 KBS2 '전설의 고향' 속 구미호는 누가 봐도 빳빳한 털의 여우 탈을 쓴 것 같아 어색하지만, 요즘 안방극장에 등장하는 구미호들은 CG 효과까지 곁들여 등골이 오싹할 만큼 리얼하다. 본격적으로 국내에 특수분장 영역이 메이크업 업계에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 초부터인 것을 고려하면 약 2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뚱보부터 노인까지. 특수분장은 최근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몸매나 나이를 맞춤형으로 만들게 한다. /MBC SBS 제공
    뚱보부터 노인까지. 특수분장은 최근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몸매나 나이를 맞춤형으로 만들게 한다. /MBC SBS 제공

    이제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마르고 뚱뚱한 몸매, 젊고 늙은 피부 등까지 자연스러운 묘사가 가능해졌다. 극적인 변신을 자유자재로 좌우하는 만큼 제작비용도 숫자로 따지면 어마어마하다.

    지난 2007년 SBS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에서 오지호는 라텍스 마스크에 팻 슈트(fat suit)를 착용하고 '뚱뚱남'으로 변신했다. 비용은 1500만 원이었다.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비용 또한 상승했다. 지난 2011년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로맨스 타운'에서 정겨운의 150kg 분장에는 5000만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지난해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 백'에서 신하균의 영화 같은 노인 분장 구현에는 3000만 원이 들었다.

    최근 방영 중인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엔 최첨단 특수분장 기술이 집결된 더미(dummy, 인체 모형)가 자주 등장한다. 수술 장면에 등장하는 장기 묘사가 된 상반신 더미들은 제작비만 각각 1000만 원 정도다. 지진으로 상처를 입은 부상자들의 분장은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600만 원 선이다. 더미는 주재료가 실리콘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도 배어 나오며 손상된다. 보수해서 사용해도 길게 1년~2년 정도 사용하고 폐기된다.

    '디데이'에 현실을 입힌 더미.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의 실감 나는 장면을 위해 사용된 더미들. /남윤호 기자
    '디데이'에 현실을 입힌 더미.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의 실감 나는 장면을 위해 사용된 더미들. /남윤호 기자

    '디데이' 현장을 뛰어다녔던 이주환 특수분장업체 FXlab 실장은 "재료가 풍부해지면서 작업 과정도 많이 줄어들었다. 직접 손으로 하는 작업보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과정을 간략화해서 작업하니까 실패 확률도 줄었다. 숙련된 사람들도 많아져서 아이디어도 다양해졌다"고 그 비결을 꼽았다. 다만 "할리우드에서는 한 작품에 메인 분장사가 2~3명을 두고 나머지 팀원들은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장 자체가 좁아 폐쇄적으로 갇혀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수분장은 단순히 영화 분야가 아닌 의학, 화학, 미술 분야에도 결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주환 실장은 "앞으로 영화 분야만 가지고는 (크게 성장하기) 힘들 것이다. 특수분장은 영화에서만 상용하는 게 아니라 공연 드라마 복원전시 등 쓰일 수 있는 곳이 많다. 특수분장이라는 단어가 한정적으로 느껴지긴 하는데 기술적으로나 재료나 광범위하다"고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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