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턴수첩] 리암 니슨 내한, 좌충우돌 첫 할리우드 배우 취재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리암 니슨.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덕인 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배우 리암 니슨.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덕인 기자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 취재기

    [더팩트ㅣ강수지 인턴기자] 영화관의 북적북적한 엘리베이터, 소극장의 좁은 엘리베이터 등 그간 취재차 몸을 실은 엘리베이터도 참 다양했다. '어서 와, 할리우드 배우는 처음이지?'라고 말하는 듯 문이 열린 이번 엘리베이터는 참 고급스러웠다. 무겁고 투박한 배낭을 메고 사방이 유리로 구성돼 투명한 엘리베이터에 올라 몇 번을 두리번거리며 바깥을 바라보니 금세 3층에 도착했다. 곧 해외 유명 스타를 직접 보고 취재하게 된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배우 리암 니슨(64)이 지난 13일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홍보차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이 열렸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 리암 니슨, 이정재, 이재한 감독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자회견이 진행될 홀 입구에서 'PRESS'라고 쓰인 목걸이와 동시 통역기를 나눠줬다. 동시 통역기를 받아 들자 노래 한 곡이 떠올랐다. 왁스의 '참 다행이야'. 'PRESS' 목걸이를 목에 건 한 초보기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홀 안에 들어섰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에 모인 취재진. 13일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그랜드 볼룸 내부가 취재진으로 가득찼다. /강수지 인턴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에 모인 취재진. 13일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그랜드 볼룸 내부가 취재진으로 가득찼다. /강수지 인턴기자

    홀 내부는 어림잡아 훑어봐도 300명은 거뜬히 넘을 인원의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초보티 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이리저리 굴려 기사가 잘 써질 것같은 느낌이 드는 위치의 기자석을 찾아냈다. 무대와 거리도 좋고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앙의 자리에 앉았다. 이만하면 취재 시작이 좋다 싶어 뿌듯한 마음을 안고 노트북을 켜고 충전기도 꽂고 취재 준비를 마쳤다.

    얼마 후 사회자가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렸다.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고, 무대에 오른 이들이 차례로 자기소개를 했다. 앞서 뿌듯했던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니슨의 말을 들으려 동시 통역기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았는데 이상하게 귀가 불편했다. 평소에 쓰던 이어폰의 모양과 영 달라서 자꾸만 흘러내렸고, '그래 잘 들리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귀에 걸었다. '불량품을 준 것은 아닐 텐데'하는 마음에 이어폰을 귀에서 떼어 내 보니 접어서 귀에 거는 모양새를 지닌 제품이었다. 누가 본 것도 아닌데 괜시리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배우 리암 니슨. 13일 열린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에서 배우 리암 니슨이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배우 리암 니슨. 13일 열린 영화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에서 배우 리암 니슨이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날 리암 니슨에게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답변은 참 길고 길었다. 기자회견 시간에 나오는 모든 발언을 타이핑하라는 선배의 지시에 니슨의 대답을 받아 적는 손가락은 한시도 쉬지를 못했다. 동시에 기사도 써야 했다. 손이 네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저 질문에 응당한 답변을 진중하고 진솔하게 펼쳐나가고 있었던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지만 무의식은 끊임없이 이렇게 외쳤다. '제발 짧게 대답해주세요, 제발요'

    모든 질의 응답이 끝난 후 포토타임이 이어졌다. 이때다 싶어 서둘러 작성하던 기사를 마무리하려 했다. 얼핏 보기에 다른 선배들은 이미 몇 개의 기사를 쓰고 한숨 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리가 명당이고 애써 이어폰을 바르게 귀에 꽂으면 뭐하나. 평소 보기 힘든 할리우드 배우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세히 뜯어보고 부모님께 자랑하려 했건만, 의욕만큼 따라주지 않는 작성 속도에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부랴부랴 작성을 마친 기사를 저장하고 고개를 드니 이미 리암 니슨은 무대를 떠난 지 오래였다. 아아, 님은 갔습니다. 아아, 나의 첫 할리우드 배우 취재는 이렇게 정신없이 끝이 났나보다.

    joy822@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