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터뷰] '불한당' 설경구

    17년 만에 칸을 방문하는 설경구. 배우 설경구가 '불한당'의 칸 진출에 대해 \
    17년 만에 칸을 방문하는 설경구. 배우 설경구가 '불한당'의 칸 진출에 대해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설경구,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정서적으로 편해진 기분…같이 울어줄 수 있는 분 같아"

    1999년 영화 '박하사탕'은 설경구(50)에게 있어 인생작이다. 설경구는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박하사탕'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반추하는 김영호를 연기했고,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극찬을 받았다.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남우상, 남우주연상 등을 싹쓸이 했으며 이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제작 CJ엔터테인먼트·폴룩스㈜바른손)으로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다시 한 번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불한당'은 17일부터 열리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작으로 초청됐다.

    18일 개봉을 앞둔 '불한당'에서 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한재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설경구를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설경구는 칸 진출에 대해 "'박하사탕'으로 처음 칸에 갔는데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서 "그래서인지 기억도 드문드문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가면 다 눈에 들어올 것 같아요. 발표하는 날 '칸에 갈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발표가 된 후 '말도 안돼'라고 했죠. 정말 좋아서 환호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영화가 가게 되니까 정말 기쁘더라고요. '박하사탕' 때는 이창동 감독님이라면 어느 영화제라도 갈 것 같았어요. 그런 영화였죠. 저에게 인생작이라고 하면 '박하사탕'이죠. 앞으로도 '박하사탕'입니다. 촬영 때는 정말 힘들었죠.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요. 엄청 큰 영화였고 카메라 경험도 별로 없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당시 상영 전과 후로 제 인생이 바뀐 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다음은 '불한당'으로 맞춤 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펼친 설경구와 나눈 일문일답.

    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지자 설경구는 \
    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지자 설경구는 "평이 좋으면 기대가 크고, 기대가 크편 실망도 큰 법이라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회 이후 평이 매우 좋다.

    워낙 평이 좋아서 부담스러워요.(웃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오히려 걱정이 되죠. 시사회 때 제 부분만 봤던 터라 아쉬운 부분만 보이더라고요. 좀 더 장난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재호 역할이 풀어 놓은 망아지 같은 역이라 아쉬운 것 같아요. 언론시사회 끝나고 임시완, 전혜진, 김희원이랑 재미있다고는 했죠.

    -극 중 웃음소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원래 (시나리오에는)웃음소리가 없었는데, 교도소에서 전화를 받는 장면이었죠. 다른 지문이 없었는데 '에라이 되바라지게 웃자'고 생각하고 웃었더니 계속 웃어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감독님이 계속 웃어달라고 해서 그 때부터 계속 웃었어요. 혼자 있을 때도 웃고, 감독이 '여기서 웃어주세요'라고 사인을 보내더라고요. 가짜 웃음이라 어색해도 괜찮았죠.

    -'불한당'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시나리오가 잘 읽혔어요. 감독님을 만나고 싶어 약속을 잡았는데, 처음에는 '나의 PS 파트너'를 재미있게 본 터라 그 감독이 '왜 이런 작품을 연출하려고 하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이 기시감이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할까? 이 사람 정체가 뭘까?'라는 궁금증이었죠. '무간도'에서부터 내려오는 언더커버 얘기라 더 궁금했습니다.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단조롭게 입고 와서 처음에는 실망했죠. 바캉스에서나 쓸 법한 창이 큰 모자를 쓰고 왔는데 '실망했다'고 했죠.(웃음) 처음인데 너무 요란하게 오면 놀랄 것 같아서 편하게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구겨짐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반듯한 이미지인 지성(나의 PS 파트너 주인공)은 구겨보고 싶다고 했는데 저한테는 반듯하게 펴보고 싶다고요.(웃음) 그러면서 언더커버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데 '프리즌'과 다른 길로 갈 거라고 하더ㅏ고요.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얘기를 했는데 그 때 변성현이란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임시완과 호흡은 어땠나?

    책을 봤을 때 현수(임시완 분)의 성장담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딘 현수가 성장해가는 과정이었던 것이죠. 임시완이란 맑은 이미지의 배우가 적절하게 캐스팅돼 시작점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거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에서도 적절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김희원(고병갑 역)과 브로맨스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였다.

    삼각관계였죠.(웃음) 촬영 전부터 '재호를 짝사랑하는' 콘셉트를 잡고 왔더라고요. 친구지만 재호가 지시하면 물어보지도 않고 시행하는, 재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물이죠. 그럼 나는 임시완을 사랑해야하나?(웃음) 재호는 병갑을 믿지 않았죠. 태생적으로 뿌리가 다른 현수는 믿었고요.

    '준호 형님, 영화 좀 많이 하세요.' 설경구는 '실미도'에서 호흡을 맞춘 허준호가 '불한당'에 출연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
    '준호 형님, 영화 좀 많이 하세요.' 설경구는 '실미도'에서 호흡을 맞춘 허준호가 '불한당'에 출연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영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실미도'에서 대장이었던 허준호(김성한 역)가 출연했다.

    엄청 고마웠죠. 작년 초인가 미국에 들어갔는데 준호 형이랑 몇 년 동안 연락이 끊긴 적이 있었거든요. 번호도 없었고 형 매니저도 없었고요. 강우석 감독님이 LA에서 준호 형을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잠적한 허준호를 찾아야겠다는 목적으로 미국으로 갔죠. 도착한 날 밥 먹다가 찾았어요. 저녁을 먹으면서 '허준호를 어떻게 찾지?'라고 말했는데 같은 식당에 계시던 분이 '저 알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다음날 연락 안하고 쳐들어갔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뷰티풀 마인드' 들어간다고 했을 때였는데, 그 때 만나고 서울에 돌아와 이 영화를 하기로 결정했죠. 성한이라는 역할이 전국구 조직폭력배라 포스가 있어야하는데 '허준호 어때요?'라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한국에 안 계신걸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하길래 '한국 들어왔어'라고 알려줬죠. 전화 좀 해달라는데 분량이 워낙 적어 그냥 번호만 줬습니다. 전화했더니 '경구가 하면 할게'라고 하셨다는 거죠. 정말 고마웠죠. 10시간 걸려 전신문신까지 하고. 감독님들이 나쁜 놈들인게(웃음) 미국에서 들어왔을 때 찍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겨울에 찍고 싶다고 해서 두 달 동안 다시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게 했죠. 두 달 동안 몸을 유지했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 준호 형이 영화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군주'에서도 조선판 조폭이더라고요.(웃음) 멋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권이 바뀌었는데 소감이 있다면?

    좋아질 것 같아요. 정서적으로 편해졌다고 할까요? 저는 블랙리스트에도 올라있지 않았는데 오르지 않은 게 민망하게 됐더라고요. 박철민도 자기 오르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정권이 바뀌고 대한민국이 편해진 것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화 소재도 거침이 없어진 것 같고요.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이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 분 같죠. '내가 대통령이야'가 아니라 같이 손잡고 울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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