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프리즘] '가시밭길' 이대호, 스프링캠프부터 '진짜 승부!'

    이대호, 마이너 계약! 이대호가 시애틀과 스프링캠프 초청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가운데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 위원은 출장 기회가 이대호의 성공 열쇠라고 밝혔다. / 더팩트 DB
    이대호, 마이너 계약! 이대호가 시애틀과 스프링캠프 초청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가운데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 위원은 출장 기회가 이대호의 성공 열쇠라고 밝혔다. / 더팩트 DB

    도전엔 '박수'-현실은 '냉정'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빅 보이' 이대호(34)가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돈다발 대신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 아닌 스프링캠프 초청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대우를 받았으나 미국에선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애틀 구단은 4일(한국 시각) '한국 1루수 이대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발표하진 않았으나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면 인센티브 포함 최대 400만 달러(약 49억 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다는 전제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감수해야 하는 이대호다. 꿈을 좇는 도전 정신에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비교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평정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 지난해 12월엔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윈터미팅에 참가했다. 귀국 후 "4~5개 팀과 이야기를 나눴다. 분위기는 좋았고, 미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빅 리그 진출에 긍정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계약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며 마음을 졸였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시애틀에 합류했다. 계약 조건부터 주전 경쟁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이대호의 시애틀행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선 도전 정신에 박수를 쳐줘야 한다. 금액적인 부분에선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이지만, 불투명한 메이저리그 입성을 보면 절대 만족스러운 계약은 아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4일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선택할 여지가 많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프링캠프 개막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액수 상으로 보면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사실 중요한 건 인센티브인데 대부분 메이저리그 구단 계약 조건을 보면 홈런, 타점 등이 아닌 출장 경기 수가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기회를 잡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송 위원은 "시애틀에는 이대호가 뛸 수 있는 포지션에는 이미 주전(넬슨 크루즈-애덤 린드)이 정해져 있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다는 가정하에 400만 달러다. 하지만 쉽지 않다. 금액적인 문제가 아니고 본인이 뛰어야 그 액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보면 마냥 좋은 계약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솔직한 의견을 내놨다.

    이대호 시애틀행!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일 공식 홈페이지에 이대호의 시애틀 계약 소식을 공개했다. / MLB.com 홈페이지 캡처
    이대호 시애틀행!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일 공식 홈페이지에 이대호의 시애틀 계약 소식을 공개했다. / MLB.com 홈페이지 캡처

    현재 시애틀 로스터를 보면 험난한 주전 경쟁이 예상된다. 지명타자엔 지난해 2년 연속 4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은 넬슨 크루즈(35)가 버티고 있다. 볼티모어에서 시애틀로 이적해 타율 3할 2리 44홈런 93타점으로 생애 최고 활약을 펼쳤다. 연봉 또한 1425만 달러(약 171억 원)의 거액으로 극심한 부진을 보이지 않는 이상 엔트리에서 제외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대호가 한국과 일본에서 중심 타자로 활약했을지라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받은 '슬러거'를 넘기엔 버거운 현실이다.

    1루수 경쟁 역시 쉽지 않다. 시애틀은 지난해 12월 빅리그 10년 차 베테랑 1루수 아덤 린드(32)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10시즌 동안 166홈런을 터뜨릴 만큼 장타력은 인정받았다. 지난 2009년에 30홈런-100타점(35홈런 114타점) 이상을 기록한 경험도 있다. 지난해엔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149경기 타율 2할7푼4리 20홈런 87타점을 작성하며 시애틀 구단의 마음을 샀다. 다만 우투수(타율 2할9푼1리)와 비교해 좌투수 상대 타율(지난해 2할2푼1리)이 낮다는 점은 이대호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송 위원은 메이저리그 보장권이 없는 이대호로선 2월 말 시작하는 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호 계약을 보면 보장 금액이 얼마고, 인센티브가 얼마인지 누구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타석 수로 인센티브 조건을 제시한다"며 "시애틀이 좌투수에 약한 린드를 이대호와 함께 플래툰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다는 말이 있는데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그렇게 쓰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대호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고 많은 매체에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보도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기회를 잡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송 위원의 생각이다. 결국, 실력으로 구단 마음을 뺏어야 한다. 송 위원은 "이대호의 도전 정신은 높이 사야 한다. 여러 조건을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결국 선수 본인 몫이다"고 덧붙였다.

    순탄치 않았던 과정이었다. 우선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이대호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정상의 자리에 섰지만, 이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가오는 스프링캠프-시범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다.

    sungro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