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자 '공연 잡음', 터질 게 터진 '구조적 불평등 문제'

    가수와 기획사와의 '갑을' 관계는 불평등 공연 수익 때문. 국내 몇몇 대형 가수들과 유명 아티스트들은 스타성과 흥행을 담보로 전국투어콘서트 때마다 화제 몰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부터 이미자 김영임. /더팩트 DB
    가수와 기획사와의 '갑을' 관계는 불평등 공연 수익 때문. 국내 몇몇 대형 가수들과 유명 아티스트들은 스타성과 흥행을 담보로 전국투어콘서트 때마다 화제 몰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부터 이미자 김영임.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74)가 공연 출연료를 축소 신고해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더팩트> 단독 보도([단독] 가수 이미자 공연수익금 축소, 세금 탈루 의혹 '충격')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공연제작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흥행성을 지닌 대형 가수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연을 유치해야하는 기획사 사이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와 기획사와의 '갑을' 관계를 공연 수익 관계로 살펴보자. 유명 가수 W씨의 1회 공연 개런티는 1억7천만원이다. 이 가수를 기준으로 통상 3000석의 객석이 매진됐을 경우 3억원(1회)의 총 매출이 예상되지만 각종 비용을 빼면 개런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실감이 난다. 여기서 대형 가수와 약자인 기획사의 지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가수 개런티는 실제 1억 8700(부가세 10% 1700만원 포함)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관료 3000만원(체육관의 경우 체육진흥징수금 포함), 무대 음향 등 시스템비용 2750만원(부가세 10% 250만원 포함)과 케이터링비 1000만 원(대기실 운영 등 공연부대 비용), 티켓 수수료 1650만 원(매출의 5.5%), 저작권료 900만 원(매출의 3%)이 더해진다.

    공연계도 빈익빈 부익부.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 등에서 펼쳐지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초대형 공연은 대부분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더팩트 DB
    공연계도 빈익빈 부익부.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 등에서 펼쳐지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초대형 공연은 대부분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더팩트 DB

    대략 비용만 2억8000만원이지만, 여기에는 지방 공연기획자가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불하는 각종 홍보비(매체 광고 또는 길거리 현수막 설치 등)는 불포함돼 있다. 공연 당일 수천명의 관객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아르바이트 인건비 역시 별도다.

    공연이 만석을 이뤄 흥행(매출 3억원)이 보장됐을 경우 지방 기획자는 대략 1000만원 안팎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공연이 실패할 경우(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객석이 절반정도 차지 않을 경우) 수억 원의 빚더미에 내몰릴 위험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위험성 있는 공연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생사를 걸고 공연 기획을 할 수밖에 없는 관계자들에게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라도 공연을 하지 않으면 회사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수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갑질 관행'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흥행이 보장된 또다른 유명 가수 L씨는 자신의 명성을 앞세워 관람객이 음반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대행사에 떠넘겼다. 관람객들은 티켓에 포함된 음반을 의무적으로 샀고, 그 판매수익금은 고스란히 가수와 해당 소속사로 가는 방식이었다.

    이미자 공연의 매력은 향수와 추억의 팬심. 대한민국 최고의 자존심 이미자는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이후 수십년째 콘서트를 해오고 있다. /KBS '사랑의 리퀘스트'
    이미자 공연의 매력은 향수와 추억의 팬심. 대한민국 최고의 자존심 이미자는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이후 수십년째 콘서트를 해오고 있다. /KBS '사랑의 리퀘스트'

    20년 이상 가수와 유명 아티스트 공연을 기획해온 U씨는 "흥행이 보장된 유명 가수나 뮤지컬배우가 불평등한 계약을 강요해도 공연을 유치해야하는 공연기획자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수익의 90% 이상 가수와 배급사가 가져가는 구조 때문에 조금이라도 흥행에 미스가 나면 바로 도산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연계에 예상치 못한 위험한 상황은 수시로 발생하고, 잦은 마찰과 소송전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공연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신종인플루엔자와 연평해전, 메르스사태, 세월호 사건 등 전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초토화된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상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으로 분류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의 행사와 이벤트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밖에 없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공연기획자에게 떠넘겨진다. 특히 4월 하순과 5월초 계획돼 있는 콘서트는 말그대로 직격탄이다. 공연시즌에 맞춰 준비해온 기획자들은 수억원의 손실을 입으며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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