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터뷰] '가려진 시간' 강동원

    '시간을 되돌린다면?' 배우 강동원이 자신의 작품 중 아쉽고 다시 찍고 싶은 영화로 이명세 감독의 '형사'를 꼽았다. /쇼박스 제공
    '시간을 되돌린다면?' 배우 강동원이 자신의 작품 중 아쉽고 다시 찍고 싶은 영화로 이명세 감독의 '형사'를 꼽았다. /쇼박스 제공

    누구나 한번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을 상상하게 된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배우 강동원(35)은 달랐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난 강동원은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제작 바른손이앤에이)에서 멈춰진 시간 속에서 생활에 홀로 성장한 성민 역을 맡았다.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느냐고 묻자 강동원은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하라고 생각만해도 좋지 않아요. 다만 다시 찍어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형사'를 꼽고 싶어요. 손익분기점은 넘었지만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관객과 소통이 부족했다고나 할까요? '형사'로 캐릭터 준비를 할 때 이명세 감독님으로부터 얼마나 몰입해야하는지 자세하게 배웠죠. 칼쓰는 법을 배웠을 때 선생님이 콩쿨에 나가자고 할 정도로 몰입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더 많은 관객분들이 봤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다시 찍어보고 싶네요."

    -올해 본 영화 중 최고였다. 완성된 '가려진 시간'을 본 소감부터 말해달라.

    하하. 편집본을 주기적으로 봤는데 완성품과 크게 바뀌지는 않았더라고요. 오히려 2~3분 정도 늘어났던데요? 컴퓨터그래픽(CG)도 잘 돼 괜찮았어요. 생각했던 그림이 잘 나온 것 같았어요.

    강동원은 영화 '가려진 시간' 출연 계기로 좋은 시나리오를 꼽으며 \
    강동원은 영화 '가려진 시간' 출연 계기로 좋은 시나리오를 꼽으며 "윤종빈 감독이 윤활유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쇼박스 제공

    -캐스팅 비화가 재미있었다. 윤종빈 감독이 도움을 줬다던데.

    '검사외전' 촬영 중에 캐스팅이 됐어요. '검사외전' 제작을 윤종빈 감독님이 하고 계셔서 같이 얘기할 일이 많았는데, 엄태화 감독님을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영화 찍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제가 소년 같은 캐릭터를 해도 될까 고민도 됐고요. 제가 벌써 30대 중반이라서요.(웃음) 20대라면 바로 한다고 했겠죠. 저보다 더 풋풋한 청년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도 했고요. 얘기해봤을 때 믿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감독님께 서프라이즈처럼 '함께 하시죠'라고 했더니 되게 좋아하셨어요. 윤종빈 감독님이 윤활유 역할을 하셨다고 봅니다. 그래서 영화 엔딩크래딧 '땡큐'에 윤종빈 감독님 이름이 들어가셨죠. 엄태화 감독님은 사람도 좋고 영화를 잘 찍으시더라고요. 앞으로가 더 기대 됩니다.

    -정말 동화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처음 의도부터가 돈이 아니라서 좋았어요.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접근이 쉬운 장르는 아니죠. 돈이 안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시작했어요. 저도 거기에 설득을 당한 거고요. 결과적으로는 상업적으로도 성공시키기 위해 만들었지만, 출발점은 그게 아니었어요. 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모인 게 컸다고 봅니다.

    -성민을 유일하게 믿어준 신은수(수린 역)와 나이차이가 많다. 호흡이 어땠나?

    현장에서 장난을 치면 대화가 없어졌어요.(웃음) 항상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했더랬죠. 점점 중학생과 멀어진 느낌이었어요.(웃음) 나중에는 엄태화 감독님과 셋이 같은 게임을 했는데 저보다 은수랑 감독님이 잘하시더라고요.

    -아역으로 출연한 이효제와 강동원의 어린시절과 비슷함이 있다면?

    없습니다.(단호) 저는 개구쟁이였는데 효제는 정말 차분했어요. 말도 별로 없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운동을 많이 좋아했는데 효제는 아닌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아역배우 분량이 중요했다.

    초반 톤을 봐야하니까 모니터링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하더라고요. 베테랑이라고 할까요? 넷이 되게 친하게 지냈다더라고요. 귀엽기도 했어요. 아역들이 찰지게 연기를 잘했죠. 진짜처럼 재미있어야 지루하지 않을텐데, 다행이 잘해준 것 같아요. 제가 바통을 받으면서 기괴한 영화가 됐지만요.(웃음)

    '단편영화계의 큰 손?' 강동원은 단편영화 감독들의 우상으로 꼽히고 있다. 그가 관심을 보인 영화들이 장편으로 데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쇼박스 제공
    '단편영화계의 큰 손?' 강동원은 단편영화 감독들의 우상으로 꼽히고 있다. 그가 관심을 보인 영화들이 장편으로 데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쇼박스 제공

    -요즘 단편영화계에서 미담이 들린다. 강동원이 눈여겨 보는 단편영화가 장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얘기가 있긴 하죠. 우선 엄태화 감독님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고, 제작사도 인원이 바뀌고 첫 작품이기도 했어요. 촬영 팀은 '검은 사제들' 팀이라 믿음이 갔고요. 분장팀은 워낙 유명하신 송종희 실장님이라서 걱정이 없었죠. 솔직히 요즘 연출부에 베테랑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전문 조감독이 부족한거죠. 감독이 첫 작품이라도 조감독이 베테랑이면 스케줄을 짜는데 유연해지는데 PD님도 데뷔작이라 원활하게 돌아가는데는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발언을 하는 편인가?

    누군가 현장 정리를 위해 지시를 해야하니까요. '빨리 빨리 치우고 찍읍시다'라고 말하는 정도죠. 다들 바쁘니까 누군가 얘기를 해줘야하는데 다들 정신이 없으니까요. 연기하지 않을 때는 여유가 있으니까 '나중에 앵글에 걸려 욕먹지 말고 치우는 게 좋겠다'라고요. 잔소리는 하지 않습니다.(웃음) 분명하게 걸릴 부분만 얘기하는거죠.

    -출연했던 영화 중 '초능력자'나 '전우치'만큼 현실감이 떨어지는 역할이었는데 집중이 됐나?

    제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의심을 별로 안 해요. 캐릭터나 감독님의 세계관을 의심하지 않죠. 그래서 캐릭터를 준비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고 바로 들어가요. '이 인물이 왜 이런걸까?'라는 스트레스도 받지 않죠.

    -'밀정'으로 호평을 받은 엄태구와 호흡은 어땠나?

    준비를 많이 해왔더라고요. 혼잣말하는 부분도 대본에는 없었어요. 스스로 준비한거죠. 연기 잘하는 배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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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은 어려워도 제작은 가능." 배우 강동원은 최근 제작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연출은 힘들 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처럼 시간이 멈춘다면 무얼 하고 싶나?

    저는 맛집 찾아다니기요.(웃음) 지금도 할 수 있지만 혼자 북한까지 걸어가서 평양냉면을 먹거나 유럽까지 걸어서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 같아요.

    -배우 외적으로 생각하는 게 있나? 제작이나 연출?

    제작은 충분히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지금 얘기하는 부분도 있고요. 만드는 것 자체를 워낙 좋아해요. 충분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요. 요즘 부쩍 제작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좀 더 참신한 영화들이 개발됐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에요. 연출은 능역이 안되고요. 누가 저를 연출자로 추천을 한 적은 있어요. 영화 감독님들이 단편을 찍어보라고 하셔서 잠깐 고민을 했는데, '왜 그런 머리 아픈 일을?'이란 생각과 함께 배우로서 제 쓰임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고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요?

    강동원이 제작하는 영화, 장르불문하고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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