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터뷰] '어느날' 천우희

    '이번에는 시각 장애인을 연기했어요.' 영화 '어느날' 천우희가 시각 장애인과 '영혼'까지 1인 2역을 소화했다. 천우희는 시각 장애인을 연기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에 대해 털어놨다. /남용희 기자
    '이번에는 시각 장애인을 연기했어요.' 영화 '어느날' 천우희가 시각 장애인과 '영혼'까지 1인 2역을 소화했다. 천우희는 시각 장애인을 연기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에 대해 털어놨다. /남용희 기자

    배우 천우희(30)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4년 영화 '한공주'로 인터뷰를 했을 때 였다. 당시 영화를 보고 뒤늦게 인터뷰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좋은 영화였고,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우희는 '한공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청룡영화상, 올해의 영화상, 들꽃영화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올해의 영기협상에서는 필자가 시상자로 나섰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대중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숨은 보석 천우희는 이후 '연기 잘하는 배우'로 각인됐다. '카트' '손님'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 '곡성' 등 흥행 여부를 떠나 천우희의 연기에는 혼이 느껴진다. 어떤 배역이든 허투루 연기하는 법이 없다.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제작 인벤트스톤) 역시 천우희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천우희는 '어느날'에서 시력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밝은 성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단미소 역을 맡았다. 단미소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이후 영혼이 된다. 단미소는 아내(임화영 분)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이강수(김남길 분)의 눈에만 보였다. 미소는 세상을 보기 위해 강수에게 부탁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천우희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시각 장애인 역할과 영혼 역할까지 1인 2역을 소화한 천우희는 시작 장애 연기에 대해 "흉내내는 느낌을 주지 않길 바랐다"고 운을 뗐다.

    "프리프러덕션 단계부터 도와주신 선생님이 계세요. 시각장애가 있는 분하고, 그 분을 케어하는 분이셨죠. 제가 궁금했던 부분들을 묻고 들었어요. 고성 로케이션에도 와주셔서 도움을 주셨죠. 행동하는데 고칭 수 있는 부분들은 고치고 감정을 잡으려고 몰입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인생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롱테이크로 찍었는데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라 슛 겸 리허설로 연기를 했는데 정말 최고로 몰입이 잘 됐죠. 주변 스태프들도 눈물을 흘리고 저도 모니터링을 하러 가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천우희는 그러면서 시각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불편한 부분이 있으니 어떤 것을 못할 거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다"고 회상했다.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 정말 예쁘게 꾸미고 오셨더라고요. 하이힐도 신고 계셨어요. 그 순간부터 저는 '내 마음대로 생각해 왔구나'라고 깨달았죠. 제 잣대로 '이럴거야, 저럴거야, 못할거야'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에 소름이 끼쳤어요. 왜 그랬을까요."

    다음은 완벽하게 시각 장애인을 연기한 천우희와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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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길 오빠, 정말 똑똑해요." 천우희는 '어느날'에서 호흡을 맞춘 김남길에 대해 "정말 배울 게 많았다"고 회상했다. /남용희 기자

    -절친인 한효주와 같은 소속사 문근영도 시각 장애를 연기한 적이 있다. 혹시 물어본 게 있는지?

    다른 사람의 시각 장애 연기를 모방하고 흉내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느끼는대로, 관찰하고 분석한 것을 녹여내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일부러 고성 로케이션에 미리 가지 않았어요. 그래야 처음 간 장소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이 있을 것 같았죠.

    -김남길과 호흡이 좋았다.

    일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저보다 선배시고 오빠지만, 이런 표현이 미안하긴 한데요. 정말 똑똑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거만 잘하자는 주의인데 남길 오빠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조명이나 작은 소품까지 신경을 쓰시더라고요. 저는 연기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현장이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됐죠. 저한테 부족할 수 있는 부분도 케어해 주셨어요. 호흡도 굉장히 잘 맞았죠. 남길 오빠는 본인만 돋보이려는 타입도 아니거든요. 워낙 털털하다보니까 호흡이 잘 맞았어요.

    -연기에 대한 재능을 느낀 적이 있나?

    어렸을 때는 쑥스러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장기자랑은 많이 했죠.(웃음) S.E.S 센터를 제가 하곤 했죠.(웃음) 내성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매 학년마다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가끔 얼굴이 붉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연기하는 거 보면 신기하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죠. 완전 어렸을 때는 꿈이 없어 '나는 뭐하려고 태어났나'라고 고민하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때 친구랑 떨어지기 싫어 연극반에 같이 들어갔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떨리다가도 들어가면 평안해지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연기로 해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다가왔죠. 그러다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서 상을 탔는데 그 때 '연기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천우희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
    천우희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흥미가 있어야 한다"면서 "주조연을 떠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남용희 기자

    -작품 선택에 기준이 있다면?

    우선 흥미가 일어나야 하죠. 지금까지 캐릭터들이 독특하기도 했고, 다양하다보니 저 스스로가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평범치가 않다'는 생각을 해요. 어느 작품이 제일 좋냐고 묻는다면 '자식 중에 누가 제일 예뻐?'라고 묻는 것과 같죠. 다 애정이 남달라요. 저는 일을 많이 할수록 경력이 쌓이고, 그러면 편하게 작품 선택을 할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현실은 쉽지가 않더라고요. 앞으로도 주조연을 떠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좋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시나리오 하나만 보고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유해진 부분이 없잖아 있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매일 다른 것 같아요. 연기로는 정말 뒤지지 않는 배우이고 싶은데, 요즘은 좋은 사람이면서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표현이지만, 그냥 좋은 사람이면서 좋은 배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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