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유니크한 '러시안 룰렛'으로 매력 극대화

이번엔 '레드'다. 그룹 레드벨벳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레드' 콘셉트의 음악으로 가요계에 승부수를 던졌다. 무기는 강력하다. 상큼함이 '뿜뿜' 나오는 신스팝 '러시안 룰렛'을 비롯해 '러키 걸' '배드 드라큘라' '써니 애프터눈' '풀' '마이 디어' 등 수록곡들은 높은 완성도로 음악팬들의 귀를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7일 레드벨벳의 미니 3집 '러시안 룰렛'이 공개됐다. 지난 3월 미니 2집 '더 벨벳'으로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줬던 이들은 이번 앨범으로 또 한 번 180도 변신했다. '벨벳'을 벗고 '레드'를 입은 것이다. '러시안 룰렛'은 '행복' '아이스크림 케이크' '덤덤' 등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장르는 다양하다. 신스팝부터 뉴질스윙, 어쿠스틱 팝, 트로피컬 하우스까지 다채로운 곡들이 앨범을 꽉 채운다. 레드벨벳은 '러시안 룰렛'에 수록된 7곡으로 사랑에 대해 상큼하게 이야기한다. 그룹의 발랄한 매력은 극대화됐지만 세련된 편곡은 이를 과하지 않게 들려준다.

레드벨벳 컴백. 이들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레드' 콘셉트로 돌아왔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 '러시안 룰렛'은 오락기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곡이다. 기계음 같은 멤버들의 화음과 '뿅뿅'거리는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도입부는 단숨에 리스너들을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상큼 발랄한 멜로디는 달콤한 곡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러시안 룰렛에 비유한 내용의 가사는 충분히 사랑스러우며 '하트-비-비-비트'는 곡의 백미다.

'러키 걸'은 복고풍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강렬하게 시작하는 도입부, '쉬-웨이트, 리슨!' 부분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 후렴구 멤버들이 쌓아가는 화음 등의 구성은 마치 뮤지컬 넘버를 듣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안무가 어우러졌을 때 더 돋보일 노래다.

'배드 드라큘라'는 가사와 멜로디에 레드벨벳의 유니크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하하' '예예예'가 반복되는 도입부는 기괴한 느낌이 들 정도로 독특하고, 사랑하는 '인간'의 마음을 얻고 싶은 엉뚱하고 귀여운 드라큘라가 화자로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특이하다. 흥미로운 소재를 밝고 통통 튀는 느낌으로 풀어낸 게 재밌다.

레드벨벳 미니 3집 '러시안 룰렛'. 앨범에는 모두 7곡이 수록돼 있다. /레드벨벳 공식 페이스북

비트와 멤버들의 추임새로 시작하는 '써니 애프터눈'은 이내 따뜻한 분위기로 반전된다. 곳곳에 등장하는 브라스 세션은 노래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내는 햇빛 가득한 오후의 장면을 묘사한 가사는 노래의 멜로디와 잘 어우러지는데, 특히 '내 안에 온 파도 너를 닮은 온도 모두 완벽한 거야'란 부분은 곡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컨트리 스타일의 노래를 하는 레드벨벳은 어떨까. '풀'은 이에 대한 답이다. 통통 튀는 통기타 소리에 멤버들의 맑은 음색이 어우러진 노래는 산뜻하다. 특히 후렴구의 '풀 풀'에서 들리는 멤버들의 깔끔한 고음은 곡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된 이를 묘사한 가사는 귀엽다.

새 앨범으로 돌아온 레드벨벳. 미니 3집 '러시안 룰렛'에서는 멤버들 각자의 보컬이 돋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썸 러브'는 아프리칸 리듬을 사용한 이국적인 트로피컬 하우스 곡이다. 쉽지 않은 장르에 레드벨벳의 색을 입혀 세련된 곡이 완성됐다. 그러면서도 장르만의 특성을 살린 점이 인상 깊다. 가사에서는 밀고 당기는 사랑의 감정을 그렸다. '러시안 룰렛' 앨범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노래다.

미디엄 템포의 곡 '마이 디어'는 쉬운 멜로디를 가진 데다 곡의 기승전결이 확실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더불어 리드미컬한 사운드 역시 귀에 감긴다. 이 곡에선 무엇보다 멤버들의 보컬이 돋보인다. 후렴구에 들리는 화음은 노래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선 각자 보컬의 매력을 살려 파트를 소화한다. 덕분에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노래가 완성됐다.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 뮤직비디오. 유니크한 콘셉트가 눈길을 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레드벨벳은 '러시안 룰렛'에서 사랑에 빠진 이의 감정에 대해 노래한다. 덕분에 수록곡들은 전체적으로 어색하지 않게 이어진다. 상큼한 분위기를 표현하면서도 세련되게 다듬어진 음악들은 팀이 '벨벳'을 벗고 '레드'를 입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풍성한 음악과 사랑에 대한 가사는 오감을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가을의 시작, 청량한 레드벨벳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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