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살 소년이 성적대상? 23살 아이유의 실수일까?

    '제제' 가사 논란에 휩싸인 아이유. '제제'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인 5살 소년 제제를 성적대상으로 삼았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제제' 가사 논란에 휩싸인 아이유. '제제'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인 5살 소년 제제를 성적대상으로 삼았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순수하면서도 치명적인 아이유가 한 가지 간과한 것

    가수 아이유(22)가 '5살 소년을 성적대상으로 삼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소년은 세계 명작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다.

    아이유는 지난달 23일 새 앨범 '챗셔'를 발매했다. 한국 나이로 23살이 된 해에 발매한 앨범으로 타이틀 곡도 '스물셋'이다. 발매일을 23일로 정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1번 트랙 '새 신발'부터 7번 트랙 '안경'까지 아이유는 모든 수록곡의 작사를 직접 했다. 그 가운데 문제가 된 곡은 2번 트랙 '제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인 5살 소년 제제를 나무 밍기뉴의 입장에서 본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된 가사는 다음과 같다. '발그레해진 저 두 뺨을 봐.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당장 머리 위엔 햇살을 띄우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너의 속은 먹구름과 닿아 있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출간한 출판사 동녘 측은 5일 공식 페이스북에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동녘 관계자는 "제제는 다섯 살짜리 아이로 가족에게서도 학대를 받고 상처로 가득한 아이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들어야만 하나요?'라는 제제의 말에서 수많은 독자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런 제제에게 밍기뉴는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유일한 친구"라고 밝혔다.

    아이유 '챗셔' 재킷 사진. 이 사진의 왼쪽 중간 부분에 제제로 보이는 캐릭터가 망사 스타킹을 신고 있다. /로엔트리 제공
    아이유 '챗셔' 재킷 사진. 이 사진의 왼쪽 중간 부분에 제제로 보이는 캐릭터가 망사 스타킹을 신고 있다. /로엔트리 제공

    또 "물론 창작과 해석의 자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살 제제를 성적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입니다. 표현의 자유도 대중의 공감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제제가 망사 스타킹을 신고 핀업걸 자세를 하고 있는 앨범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함께 문제제기를 했다.

    순수한 듯 하지만 소설 속 제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철부지, 말썽쟁이로 취급받는다. 순진한 의도에서 한 일들이 어른들의 세속적인 시각에서 왜곡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를 아이유는 아마 그 반대로 해석했던 모양이다.

    아이유는 지난 2008년 '로스트 앤 파운드'로 데뷔했다. 데뷔 곡인 '미아'는 큰 사랑을 받지 못 했지만 2010년 발매한 '잔소리'가 히트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이후 '좋은날' '너랑 나' '분홍신'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대형 가수로 성장했다.

    10대에 데뷔한 눈이 크고 피부가 흰 귀여운 소녀는 금방 '국민 여동생'이란 칭호를 얻었다. 가녀린 몸으로 3단 고음을 내지르는 소녀는 여리면서도 당찬 이중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여기에 점차 농염해지는 무대 의상과 장기하와 열애 발표는 그에게 섹시 이미지까지 첨가시켰다. 즉 아이유는 청순과 섹시, 귀여움과 치명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아이콘이었던 셈이다.

    가사 논란에 휩싸인 가수 아이유. 그는 청순하면서도 섹시하고 귀여우면서도 치명적인 묘한 매력을 가졌다. /로엔트리
    가사 논란에 휩싸인 가수 아이유. 그는 청순하면서도 섹시하고 귀여우면서도 치명적인 묘한 매력을 가졌다. /로엔트리

    '챗셔'의 타이틀 곡 '스물셋'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난 수수께끼. 퀘스쳔. 뭐게요, 맞혀 봐요'. '다 큰 척해도 적당히 믿어 줘요. 얄미운 스물셋. 아직 한참 멀았다 얘. 덜 자란 척해도 대충 속아 줘요',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어느 쪽이게.' 이런 가사들이 어쩌면 이 복잡한 소녀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는 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물셋'에서는 발칙한 매력이 있다고 느껴졌던 가사들이 '제제'로 옮겨지자 논란의 불씨가 됐다. 많은 누리꾼들은 제제가 성적대상으로 보면 안 되는 5살 소년이라는 점, 제제라는 아이가 가진 상처나 역사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것 같다는 점을 들어 '제제'의 가사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분명 아이유는 '섹시' '청순' '깜찍' '치명' 등 그 어떤 단어 하나로 표현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매력을 가졌고, 그 점이 많은 팬들을 열광케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23살 아이유가 이중적 매력을 가졌다고 해서 5살 제제 역시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한편 아이유 측은 '제제' 가사 논란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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