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포커스] 연기부터 세트장까지, '송곳' 살리는 디테일의 힘

    '송곳', 웰메이드 드라마로 칭찬받다. '송곳'이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섬세한 연출력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남윤호 기자
    '송곳', 웰메이드 드라마로 칭찬받다. '송곳'이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섬세한 연출력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남윤호 기자

    '송곳' 웰메이드 드라마라 칭찬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더팩트 | 김민지 기자] "한약 같은 드라마다." 배우 지현우는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입에는 쓰지만 결국 몸에는 좋은, 당장은 안 좋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드라마라는 의미다.

    '송곳'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들은 판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멋진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또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이들은 '송곳'에서 거대 권력인 회사와 전쟁을 치르며 안타까움과 눈물 혹은 통쾌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송곳' 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 '송곳'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남윤호 기자
    '송곳' 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 '송곳'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남윤호 기자

    ◆ '송곳', 원작 웹툰과 간극 줄이기 위한 노력

    '송곳'의 연출가 김석윤 PD는 드라마를 만들 때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분명히 했다. 6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송곳' 촬영장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김 PD는 "'송곳'에서 내 역할은 원작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간극을 줄이는 일이다"고 말했다. 콘텐츠가 또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될 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인지한 것이다.

    실제 김 PD는 이를 충실히 수행하는 듯했다. 안내상은 "내가 처음 구고신을 연기할 때 굉장히 힘 있게 연기했는데 나중에 감독이 조금 더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내가 낭만적으로만 연기하려고 했는데 이를 잡아준 것이다. 감독이 작품을 정말 꿰뚫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디테일하게 작품을 연출하고 있다는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이에 대해 지현우는 "'송곳'은 연기하기 좋은 환경이다"고 말했다. 이미 대본이 모두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급박하게 촬영이 진행되지도 않고 스태프들이 배우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지현우는 "연기를 못하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송곳'은 총 12부작 가운데 9회까지 촬영이 완료됐으며 남은 촬영 역시 착착 진행되고 있다. 6일 5회가 방송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빠른 속도다. 여유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디테일한 부분 역시 더욱 신경 쓸 수 있다. 그 덕분일까. '송곳'은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섬세한 연출력 등으로 호평받고 있다.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품까지 섬세하게 신경쓴 '송곳'. '송곳'은 세트장에 대형마트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남윤호 기자
    소품까지 섬세하게 신경쓴 '송곳'. '송곳'은 세트장에 대형마트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남윤호 기자

    ◆ 세트부터 소품, 의상까지…'송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1%의 디테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JTBC '송곳' 촬영장. 잿빛 회색 건물 가득한 곳,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안에는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송곳'의 배경이 되는 푸르미마트다. '송곳' 제작진은 세트장에 대형마트를 완벽히 구현해냈다.

    세트장 면면을 살펴보니 더 놀랍다. 위치부터 소품까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눈길을 사로잡는다. 선반에는 실제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진열돼 있고 신선코너에는 진짜 채소와 과일, 생선들이 있다. 여기서 가짜는 고기 종류뿐인데 이조차 소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감 난다. 그냥 둘러본다면 여기가 마트인지 세트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송곳'은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마트를 재현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송곳'에 출연하는 현우(왼쪽부터) 박시환 예성. 세 사람은 푸르미 마트 꽃미남 삼총사로 불린다. /남윤호 기자
    '송곳'에 출연하는 현우(왼쪽부터) 박시환 예성. 세 사람은 푸르미 마트 꽃미남 삼총사로 불린다. /남윤호 기자

    배우들 역시 '송곳'에서 튀어 돋보이기보다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쪽을 택했다. 특히 푸르미 마트 꽃미남 삼총사의 열정이 압권이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예성은 화려한 무대의상과 메이크업을 버리고 마트 직원 황준철로 완벽히 변신했으며 가수 박시환과 꽃미남 배우 현우 역시 멋져 보이기 위해 꾸미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노동자를 연기하는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썼을 뿐이다.

    '송곳'은 세트부터 여기에 위치한 소품, 배우들의 차림새와 연기까지 모든 것에 섬세하게 공을 들여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송곳'의 작품성이 뛰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다.

    한편 '송곳'은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중심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던 평범한 직장인들이 난관에 맞서 싸우며 세상의 부조리를 날카롭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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