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씨네리뷰] '나를 잊지 말아요', 2% 아쉬운 정우성·김하늘 활용법

    7일 개봉하는 새해 첫 로맨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우성 김하늘이 처음으로 연인 호흡을 맞춰 개봉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7일 개봉하는 새해 첫 로맨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우성 김하늘이 처음으로 연인 호흡을 맞춰 개봉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인 감독의 정우성-김하늘 활용법, 절반의 성공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 제작 더블유팩토리,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사랑으로 하나가 된 남녀지만, 각자가 지닌 기억에 대해선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표면적으로는 가슴시린 로맨스 물이고 이윤정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정우성 김하늘의 첫 연인 호흡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특히 정우성이 주연 겸 제작자로 나서 남다른 애정을 보였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그리고 '나를 잊지 말아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신인 감독과 정우성 김하늘이란 이색적인 조합을 가능하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돼버린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사랑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질문을 통해 사랑과 기억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했다.

    기억을 잃은 남자 석원 역의 정우성. 석원은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송두리째 상실한 남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억을 잃은 남자 석원 역의 정우성. 석원은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송두리째 상실한 남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를 잊지 말아요'의 주인공은 남자 석원(정우성 분)과 여자 진영(김하늘 분)이다. 영화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을 기점으로 시작한다. 석원은 사고 후 특정 기억이 사라진 채 남은 삶을 이어간다. 그에게 10년의 상실이 주는 충격과 슬픔,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를 덤덤하게 살아갈 뿐이다. 그에게서 10년의 공백이 만들어낸 균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가끔 보이는 공허한 눈빛이 전부다.

    기억을 상실한 석원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자 진영. 두 사람은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이 주는 삶의 균열과는 별개로 사랑을 키워간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억을 상실한 석원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자 진영. 두 사람은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이 주는 삶의 균열과는 별개로 사랑을 키워간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리고 석원 곁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여자 진영이 있다. 처음 만날 때 부터 석원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진영은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럽지만, 특유의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석원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은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한다. 두 남녀는 마치 정해진 운명인 것처럼 빠른 속도로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누구보다 서로에게 열정적인 두 사람이지만, 이들 사이엔 큰 구멍, 즉 석원의 '사라진 기억'이 자리한다. 결국 두 사람 사이의 빈 공간은 균열을 만들고 균열은 남녀에게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로맨스 영화의 단골 소재인 '상실'을 전면에 배치했다. 익숙한 소재로 극을 이끌지만, 그래도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존 멜로물과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 우선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스타일리시한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녹아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 기억의 조각을 따라 두 남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추측해가는 전개과정이 긴장감으로 와닿는다. 로맨스 영화에 미스터리가 가미된 독특한 장르는 관객에게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한다.

    정우성 김하늘의 연인 호흡은 기대만큼 제 몫을 다한다. 이 외에도 조연으로 출연하는 배성우 장영란 또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정확히 전달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나를 잊지 말아요' 제작자로 나선 배우 정우성. 그는 영화인 후배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의미로 주인공은 물론 작품의 제작자로 나서는 열의를 보였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를 잊지 말아요' 제작자로 나선 배우 정우성. 그는 영화인 후배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의미로 주인공은 물론 작품의 제작자로 나서는 열의를 보였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새로운 장르의 결합, 안정적인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영화를 이끄는 전개가 전반적으로 세련되지 못해 관객들이 완벽하게 몰입하기엔 무리가 있다. 캐릭터에 공감하기도 전에 매끄럽지 못한 면면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로맨스 영화에 특화된 정우성-김하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굵직한 메시지를 찾는다거나 극에 몰입해 공감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본 뒤에 작품이 가진 개성 대신 진부한 소재에 더욱 무게감이 실릴 우려 또한 자리한다.

    작품으로만 놓고 본다면 '나를 잊지 말아요'는 최근 '천만 영화' '천만 영화가 아닌 영화'로 양극화된 극장가에 단비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5년 만의 복귀작으로 영화를 선택한 김하늘에겐 결혼 전 마지막 로맨스물이 될 것이고 제작자-주연배우로 분해 후배 감독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던 정우성 또한 남다른 의미로 기억될 작품이기 때문이다. 단편이던 작품을 장편으로 탄생시키고 데뷔작 주연배우를 정우성 김하늘로 세운 이윤정 감독에게는 더더욱 특별하다.

    로맨스 특화 배우 정우성과 김하늘의 첫 연인호흡. '나를 잊지 말아요'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배우와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지만, 큰 기대치 만큼 아쉬운 면면이 돋보일 수 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로맨스 특화 배우 정우성과 김하늘의 첫 연인호흡. '나를 잊지 말아요'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배우와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지만, 큰 기대치 만큼 아쉬운 면면이 돋보일 수 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서 더욱 정우성-김하늘이란 좋은 배우를 알뜰하게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좋은 재료 자체가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좋은 재료로 최상의 요리를 만들거란 관객의 기대를 100% 충족하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나를 잊지말아요'는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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