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힐 권리’와 ‘알 권리’의 충돌, 솔로몬 해법 찾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잊혀 질 권리’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정부는 오는 6월 이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더팩트DB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잊혀 질 권리’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정부는 오는 6월 이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더팩트DB

    [더팩트│황원영 기자] ’자유,평등, 박애(LIBERTE, EGAUTE, FRATERNITE).’

    지난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로베스피에르는 “자유, 평등, 박애, 아니면 죽음”이라는 구호를 만들어 냈다. 이는 프랑스 대혁명의 3대 정신으로 꼽히면서도, 전 세계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의 ‘권리’이자 ‘가치’로 자리 잡았다.

    21세기, 우리에게 새로운 개념의 ‘권리’가 생겼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5월 인터넷 검색에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관련해 원치 않는 내용을 삭제토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 즉 ‘잊힐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인류에게 자유, 평등, 박애에 이어 새로운 권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잊힐 권리’와 관련해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월 프랑스 정부는 ‘잊힐 권리’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글에 10만 유로(한화 약 1억3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잊힐 권리’와 관련한 첫 제재다.

    구글은 ‘알 권리’ 침해를 주장하면서 반발했다. 콘텐츠 통제 권리가 유럽사법재판소에 있지 않으며, 잊힐 권리의 적용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다. 이에 따른 분쟁이 전 세계적인 논란으로 번졌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잊힐 권리’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계획대로 오는 6월 이를 시행하겠다며 밀어붙였으나, 업계는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IT 업계는 게시물 삭제에 따른 분쟁이 있을 수 있고, 블라인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익 차원의 ‘알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반면, 방통위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새로운 ‘권리’의 탄생은 언제나 진통이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다.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다. 이대로 시행하게 되면, 따르는 업체가 없는 ‘허울뿐인 잊힐 권리’로 남아있을 수 있다. IT 강국으로서 ‘잊힐 권리’를 제대로 논의하고 꼼꼼하게 따져, 새로운 권리의 탄생여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hmax87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