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기획-★이색 투잡①] 김영호, 배우·빵집 대표·작가…男 되는 과정의 발자국

    배우 김영호. 김영호는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로 베이킹 고스트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배정한 기자
    배우 김영호. 김영호는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로 베이킹 고스트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배정한 기자

    대중의 선망 대상이 되는 스타들 가운데 다재다능한 매력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재능으로 본업 이외의 직업, 이른바 투잡, N잡을 하는 스타들이 있죠. <더팩트>는 이들을 만나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된 이유와 가치관 등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봤습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배우, 빵집 대표, 시인, 사진작가, 가수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직업을 가진 배우 김영호를 만나봤습니다. <편집자 주>


    연기, 빵집 운영, 시 쓰기, 사진 찍기, 노래 부르기, 작사, 작곡, 미술, 이종격투기, 산악바이크, 수영, 영화촬영, 봉사활동, 커피로스팅...배우 김영호(50)의 특기이자 취미다. 그가 어떤 연유로 이렇게 다양한 재능을,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지난달 그가 운영하는 빵집 '베이킹 고스트'를 찾았다.

    '베이킹 고스트'에 들어서 인사를 나누고 나니 김영호는 대뜸 필자에게 땅콩 캐러멜 하나를 줬다. 원래는 자신이 먹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자신이 먹으려고 했던 작은 땅콩 캐러멜을 나눠준 따뜻하고 소박한 손길에서 내면의 따뜻함이 묻어났다.

    배우 김영호는 베이킹 고스트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배우 김영호는 베이킹 고스트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사실 '베이킹 고스트'를 찾은 것은 김영호의 또 다른 직업인 '빵집 대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의 다채로운 직업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직업 세계 보다는 그의 '삶 자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어느 날 갑자기 빵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확 들었는데 빵을 6개월쯤 배우다가 즉흥적으로 빵집을 차리게 됐어요. 요즘 든 생각인데, 빵을 만드는 것은 재밌지만 장사로 하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되도록 돈벌이로 하지 말자'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요즘 전혀 제빵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요, 빵은 파티시에분들이 만듭니다(웃음)."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냇가에 물들이 고여 있지 않듯이 흘려보내야 강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야 바다로 간다. 모든 것을 기억하려 애쓰면 흐를 수 없어 맴돌다 사라지는 물결. 삶은 보내고 맞이하는 것이지 삶은 따라가고 쫓아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은 다 기억되지 않는다. 다만 기억 속 어딘가에 흐르며 존재할 뿐이다. -김영호-

    배우 김영호는 여행 낚시 바이크 골프 오프로드 등 다채로운 취미를 갖고 있다. /김영호 인스타그램
    배우 김영호는 여행 낚시 바이크 골프 오프로드 등 다채로운 취미를 갖고 있다. /김영호 인스타그램

    김영호는 표면적으로 배우, 빵집 대표, 시인, 사진작가,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그런데 이 다양한 직업들은 김영호에게 단지 '직업'이라는 테두리로 한정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던 것뿐이었고, 그것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직업'의 하나가 됐다.

    "일 안 할 때는 거의 여행을 한다"고 말할 만큼 김영호는 여행도 참 많이 다니는 남자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젖게 하는' 일들을 매일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바람에 흘러가는 듯한 삶을 살고 있었다.

    "저는 삶에 잘 젖는 사람이에요. 시간에, 사물에, 바람에 잘 젖죠. 사람에게는 잘 빠지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잘 젖는 편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죠."

    자신의 직업을 자신 있게 '배우'라고 표현한 김영호는 다른 특기들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를 쓰고 사진을 찍어서 시와 사진을 담은 책을 출판한 바 있다. 작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노래 앨범은 두 장을 발매했고, 영화감독으로서 광주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적도 있다. 최무배 김동현 등 국내 내로라하는 이종격투기선수들에게 타격을 가르치기도 했다. 여러 방면에서 재능이 탁월한 그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뭘지 궁금해졌다. 그는 자신의 평소 생각을 꾸밈없이 털어놨다.

    "(보통 사람들보다)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대다수 아티스트들은 사회가 주는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요. 보통 사람들이 똑같이 하는 생각을 저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이상해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요. 어떠한 것에 집중을 많이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보통 사람들과 언어가 달라지게 돼요. 또 그러다 보니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이 많아지게 되죠."

    배우 김영호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
    배우 김영호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세월을 먹는 만큼 깊어지는 남자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배정한 기자

    생각이 넉넉한 김영호는 마음까지도 넉넉했다. 꾸준히 자선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수차례 해외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매달 도움의 손을 건네는 기관도 있었고, 몇 달에 한 번 방문하는 기관도 있었다. 이웃을 돕는 일이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아서 그에게는 '봉사'라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그가 이토록 다른 사람을 돕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가 원하는 삶, 꿈은 무엇일지 궁금증이 커졌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죠(웃음). 소외당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니 제가 좋더라고요. 그냥 저 좋으려고 하는 거예요(웃음). 앞으로 계속 기회 닿는 대로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최근에 제가 '남자가 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자주 썼어요. 살면서 점점 '남자'가 되고 싶어요. 남자라는 것은 깊은 뜻이 있어요. 조금 더 포용력이 크고, 공간이 비어있는 사람이죠.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부딪치지 않고 이해하는 사람, 담을 수 있는 사람, 평화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커다란 남자가 되고 싶어요. 진짜 남자로 살고 싶죠. 지금은 과정이에요. 세월이 흘러서 꼬장꼬장한 할아버지가 되는 게 아니라 세월을 먹는 만큼 깊어지는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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