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터뷰] 배우 손민지, 슬로우 스테디로 '악녀' 출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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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그토록 꿈꾸던 액션 연기하니 꿈만 같네요." 영화 '악녀'에서 김옥빈과 함께 호흡은 맞춘 배우 손민지가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민지는 '악녀'에서 김옥빈이 각성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2009년 연기를 시작했지만 액션 연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손민지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남용희 기자

    거북이는 토끼보다 느렸지만 누구보다 천천히 꾸준하게 결승점을 향해 달렸다. 슬로우 스테디(Slow Steady)로 표현되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얘기다. 배우 손민지(27)은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와 같은 존재다.

    지난 2009년 수원대학교 연극영화학부에 들어간 후 선배들의 단편영화에 출연한 손민지는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연기자에 대한 꿈을 키웠다. 사실 손민지가 배우의 꿈을 가진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초등학교 때는 가수를 동경하기도 했다.

    운동 실력도 남달랐다. 키 172㎝라는 신체적 조건은 액션 연기에 적합했다. 키부터 예체능에 대한 소질까지 모든 게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들이었다.

    지난 5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로1로 <더팩트> 본사에서 만난 손민지는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와 같이 영화를 보기도 했고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실 때 비디오가게에서 테이프를 빌려다 영화를 많이 보면서 접하게 됐죠. 영화 속 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대에 대한 담력도 아버지가 키워주신 거죠. 아빠 생신 때 직원분들이 오시면 아버지가 '춤 한 번 춰봐'라고 하셨죠. 그러면 박지윤의 '성인식'에 맞춰 춤을 추곤 했어요.(웃음)"

    고등학교 시절에는 연기학원을 다녔다. 처음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았다. 손민지는 "연기학원에 보내 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좀 다니다 말겠지'라고 생각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면서 "그런데 제가 수원에서 학원을 다니다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겠다고 하고, 전공까지 연기로 정하겠다고 하자 '정말 하고 싶구나'라고 느끼셨다고 하더라. 지금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서인지 지원도 많이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신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고 영화 '그 강아지 그 고양이' '이쁜 것들이 되어라' '기화', 드라마 '스파이 명월' 'KBS 드라마 스페셜' 등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그러다 만난 작품이 바로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제작 앞에있다)다. 지난 8일 개봉된 '악녀'는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숙희(김옥빈 분)가 국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돼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손민지는 비밀조직 내에서 숙희와 특별한 관계를 맺은 동료 민주 역을 맡았다.

    딸 은혜(김연우 분)만이 세상을 사는 이유였던 숙희는 민주에게도 마음을 열지만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중 한 사건으로 인해 숙희는 각성하게 된다.

    다음은 평생 꿈이었던 액션 영화에 출연하게 된 손민지와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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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팅 전부터 액션스쿨 다니며 연습!" 손민지는 '악녀' 출연으로 액션 연기에 대한 한(?)을 풀었다. 그는 캐스팅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며 연습을 했다. /남용희 기자

    -'악녀'에 출연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일단 여성 위주의 액션이라 정말 많이 하고 싶었어요. 특히 제가 맡은 민주가 액션이 필요한 역할이라 더욱 바랐죠. 캐스팅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며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첫 상업 장편영화다.

    지금도 실감이 나질 않아요. VIP 시사회에도 관객으로 영화를 보러가는 기분이 들었죠. 첫 상업영화에 큰 역할이라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말 행복해요. 자부심도 생기고요.

    -특별히 액션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제 성격이 털털하고 보이시한 편이죠. 키도 크고 운동을 좋아해, 저한테 맞는 역할은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액션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마 서먼이나 안젤리나 졸리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죠. 그렇다고 액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요. 사실 로맨스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좋아하는 액션 영화가 있다면?

    '짝패'를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날 것의 액션이라고 느꼈죠.

    -'악녀'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 그리고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4개월 정도 훈련을 했는데 저만의 기준으로 민주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민주가 사실 많이 불쌍했죠. 스스로 슬펐어요. 김옥빈 선배님 딸이 더 아기일 때 진짜 엄마 품을 떠나면 엄청 울더라고요. 촬영 시간이 끝나가는데도 찍지를 못해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노래를 부르니까 집중이 됐는지 울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몇몇이 옆에서 계속 노래를 불렀고, 그 부분은 후시(촬영 후 나중에 스튜디오 녹음) 작업을 했죠. 아! 그리고 피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뱉어야 하는데 배가 너무 고팠는지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웃음) 자꾸 먹어서 분장팀이 고생을 많이 하셨죠. 설탕이랑 물엿에 색소를 넣은 거였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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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출, 거부감보다 잘 할 수 있을까 부담됐죠." 첫 상업 장편영화지만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손민지는 "노출보다 제가 잘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남용희 기자

    -속옷만 입은 노출 액션이 있었는데 부담이 되지는 않았는지?

    저도 처음에는 속옷만 입어야 한다는 부분에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 같아요. 노출이라는 부분 말고 말이죠. 장면 자체가 야하지 않았고, 저에게는 액션이 중요했기 때문에 속옷은 신경쓰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잘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했지 거부감은 없었죠.

    -김옥빈, 조은지와 제일 많이 호흡했는데 선배들이 잘해줬나?

    대 선배님과 촬영을 하는데 말실수를 하면 어쩌나 조용히 있었죠.(웃음) 그런데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 거리낌없이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김옥빈 선배님은 먼저 번호도 물어봐주셔서 가끔 카톡도 하고 그래요. 조은지 선배님은 엄청 털털하셔서 많이 챙겨주셨죠. 고민이 있을 때 말하면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고등학교 때 독백 공부를 조은지 선배님의 대사로 했거든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언니, 저 묻으실건가요?"라고 묻는 장면인데 말씀드리지는 않았어요.(웃음)

    -롤모델이 있다면?

    배두나 선배님을 오랫동안 좋아했죠. 작품 행보도 눈여겨 봤고요. 해외로도 진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VIP 시사회에 부모님을 초대했나? 어떠실 것 같나?

    부모님과 오빠를 초대했는데 떨고 계실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 시사회 하니까 오세요"라고 하니 엄청 좋아하셨죠. 그동안 드렸던 걱정을 지워버릴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으니 결실을 보여드리는 날이 될 것 같아요. 취업 선물로, 제 취미 생활인 DSLR을 선물해준 오빠에게는 제가 선물하는 날이 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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