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접대' 김학의는 어떻게 박근혜정부 차관이 됐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밤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법무부 출입국심사대 심사 과정에서 출국을 제지당했다.(사진=JTBC 영상 캡쳐)/뉴시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밤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법무부 출입국심사대 심사 과정에서 출국을 제지당했다.(사진=JTBC 영상 캡쳐)/뉴시스

    당시 의외의 인사에 '갸우뚱'…청와대 임명 강행에 의혹 증폭

    '별장 성접대' 의혹에도 두차례 석연치 않은 무혐의 처리 뒤 5년만에 재수사를 받게 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박근혜정부 당시 차관으로 임명된 배경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관례를 깬 예상 밖의 인사였던데다가 성범죄 추문이 흘러나오던 가운데 박근혜정부가 임명을 강행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것이다. 최근 당시 청와대의 경찰 수사외압 의혹과 함께 의문은 커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3월 김학의 전 차관은 임명부터가 화젯거리였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차관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경우는 드문데 김 전 차관은 당시 채동욱,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와 14기 동기였다. 법무부 차관은 초임 고등검사장이 주로 맡는 자리지만 김학의 전 차관은 3년차 고검장으로 '체급'도 맞지않았다. 그는 2012년 안대희 대법관 후임인 검찰 몫 대법관 후보로도 하마평에 오른 바 있어 차관은 이래저래 맞지않는 옷이었다. 기수를 유달리 따지는 법조계에서 의외의 인사로 여긴 이유다. 게다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기고 1년 선배라는 점도 특이했다. 김 전 차관은 경기고 71회, 황 대표는 72회로 서열을 중시하는 비평준화 세대다. 장관이 고교 선배 차관을 부하로 두고 일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성접대 의혹이 터진 뒤 "장관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워 차관을 시켰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을 보고서로 올렸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응천 의원,/뉴시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을 보고서로 올렸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응천 의원,/뉴시스

    김 전 차관은 2013년 초 박근혜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종 후보에는 탈락하기도 했다. 경찰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성범죄 첩보를 처음 입수한 게 2012년 말쯤이라 후보 압축 과정 때 이미 성범죄 소문이 돌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만 해도 확인되지 않은 '설' 수준이었지만 최초로 외부인사가 포함됐던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김 전 차관을 제외한 채동욱 당시 서울고검장, 김진태 대검 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15기) 등 3명을 추천했다.

    최근 박근혜정부 청와대 인사와 경찰 사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진 인사검증 과정도 미심쩍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학의 성접대 영상'의 존재와 경찰이 이를 내사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여러차례 확인 절차를 거쳤다.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끝까지 내사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들은 확보한 첩보를 보고했다고 반박한다.

    여기서 조응천 의원의 증언이 주목된다. 조 의원은 경찰에 확인은 못 했지만 '김 전 차관 성접대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첩보가 있으며 임명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검증보고서를 허태열 당시 비서실장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 뒤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에게서 "음해하지 말라"는 질책을 들어 추가검증을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조 의원의 말대로라면 청와대가 보고를 묵살하고 김 전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김학의 전 차관 재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단이 맡을 예정이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뉴시스
    김학의 전 차관 재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단이 맡을 예정이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뉴시스

    그 배경에는 김 전 차관의 부친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인천 강화가 고향인 김 전 차관의 부친(1996년 작고)은 육군 대령 출신으로 베트남전 참전 후 무공훈장을 받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과 경기고 동기인 정두언 전 의원은 이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 시절 선친과의 인연 때문에 출세한 사람들 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당시 경찰 수사에 개입한 의혹이 있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등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재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 임명 강행의 수수께끼도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수사 주체는 특별수사단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검사장급 검사가 단장을 맡고 전국에서 수사검사를 차출해 구성한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