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람 탓? 고삐 풀린 '방역', 실종된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1년, 느슨한 거리두기...백신 접종에도 연일 400명대 확진 '빌미'

    [더팩트ㅣ탐사보도팀] 지난해 3월 22일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만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에 따라 여러 단계의 거리두기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연일 확진자 수는 400명대에 머물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년, 왜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있는 걸까요? 지난달 26일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따뜻한 봄 햇살까지 비치면서 혹시 코로나 공포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내려간 탓은 아닐까요? 지난 21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접종률은 1.3%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사라진 것처럼 방역에 대해 관대한 모습입니다.

    고삐 풀린 방역, <더팩트> 취재진이 '탐사이다'를 통해 우리 생활의 방역 현주소를 조명합니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클럽과 주점 등 거리에는 불금을 즐기는 청춘들로 가득 붐빕니다. 곳곳에서 마스크를 벗고 흡연을 하며 대화하는 사람들이 쉽게 보입니다. 한 주점 내부를 들여다 보니 테이블은 손님으로 가득 차고 거리두기 또한 지켜지지 않습니다. 영업제한 시간인 밤 10시가 다가오자 홍대거리와 전철역 인근은 인파로 가득 넘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높은 실내 시설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킨텍스 박람회를 찾은 이용객들은 거리두기를 잊은 채 쇼핑에 몰두합니다. 내부 인원 제한이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방역을 위해 비닐장갑이 제공되고 있지만, 사용하고 버린 장갑은 관리가 되지 않고 통로에서 나뒹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이케아 광명점은 코로나19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차장 진입부터 힘듭니다.

    [이케아 주차요원: (주차장 입구에서) 여기서 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20분이요?]

    [이케아 주차요원: 네. 20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실내의 상품 소파에는 '휴식 불가'라는 문구가 쓰여있지만, 많은 이용객들이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이용객이 쉴 새 없이 입장하는 푸드코트 입구에서 출입명부를 확인하는 직원이 한 명뿐이라 QR코드 인증을 하지 않고 입장하는 고객들도 보입니다.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는 푸드코트에서 방역의 빈틈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자: (QR코드) 체크를 안 하고 들어가던데요?]

    [이케아 관계자: 저희가 한 번 더 업무 확인해보겠습니다.]

    [기자: (입구 관리 직원이) 혼자 일해서 많이 놓치는 것 같은데요?]

    [이케아 관계자: 바쁠 때는 둘이서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혼자서 하는 일입니다.]

    주말을 맞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은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규모가 큰 만큼 거리두기는 꽤 지켜졌지만, 일행으로 보이는 7명이 한 테이블에 모여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위반한 것입니다.

    최근 속초 찜질방에서 연세 감염이 잇따랐지만, 취재진이 찾은 경기 화성시의 한 온천에서도 방역 빈틈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평 남짓한 찜질방 내부는 이용객으로 가득 찼고, 공용 휴게실과 식당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습니다.

    [기자: (찜질방 내부를 가리키며)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이 많던데요?]

    [온천 관계자: 그쪽에 가서 말씀하세요. 여기서 제가 목이 닳도록 이야기해요. 마스크 쓰고 다니시라고. 어려워요.]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6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 신규 확진자 추이에 따라 단계 격상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생겨난 막연한 기대감으로 방역의 긴장이 느슨해진 지금, 1년 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첫 등장했을 때의 확고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계절을 거쳐온 거리두기에 지쳐있지만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그날을 위해 모두가 거리두기와 방역을 더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식당과 주점의 영업이 끝나는 오후 10시에 인파들로 붐비는 홍대입구역 앞 공원.
    식당과 주점의 영업이 끝나는 오후 10시에 인파들로 붐비는 홍대입구역 앞 공원.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 기자·윤웅 인턴기자>

    탐사보도팀 jeb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