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터뷰-나영석 PD①] 나영석

    나영석 PD의 눈. 나영석 PD가 2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 고민하고 고집하는 요점들을 이야기했다. /남용희 인턴기자
    나영석 PD의 눈. 나영석 PD가 2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 고민하고 고집하는 요점들을 이야기했다. /남용희 인턴기자

    나영석 PD 프로그램 키워드 #흥신소 #겸손 #속임수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나영석(40) CJ E&M PD표 프로그램은 예능을 넘어 '힐링' 코드를 녹여내며 사랑을 받고 있다. 나영석 PD 손길을 거친 프로그램 목록을 되짚으면, 콘셉트나 틀을 잡기 시작하던 기획 초기 단계부터 '국민 예능' 수식어를 거머쥔 최근까지 한결같고 동시에 놀라운 포인트가 있다. 무언가를 특이하게 바라보고 특별하게 가꿀 줄 아는 '눈'이다.

    나영석 PD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만의 세 가지 시선이 묻어나온다. 먼저 예상치 못한 반전 캐스팅도 호감으로 이끄는 사람을 보는 눈, '힐링 예능'이라는 포맷을 지켜보는 눈, 그리고 오리와 염소도 한 식구로 만드는 자연을 보는 눈이다. 이러한 특장점들은 그의 이야기가 꾸준한 호응을 얻는 특색이자 비결이다.

    나영석 PD는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CJ E&M센터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세 가지 시선을 키워드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영석 PD의 캐스팅. 나영석 PD는 가수 이승기(왼쪽)와 배우 안재현(오른쪽) 등 여러 스타들의 예능 등용문이 됐다. /CJ E&M 제공
    나영석 PD의 캐스팅. 나영석 PD는 가수 이승기(왼쪽)와 배우 안재현(오른쪽) 등 여러 스타들의 예능 등용문이 됐다. /CJ E&M 제공

    ◆ '신의 한 수' 캐스팅, 사람을 보는 시선

    예능 프로그램도 드라마 못지않게 라인업이 중요하다. 드라마는 배우를 캐릭터에 대입해볼 수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뚜껑을 열어봐야 캐릭터가 나오고 매력과 '케미'를 알 수 있다. 나영석 PD는 매번 모험심 가득한 캐스팅으로 신선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초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다가도 막상 베일을 벗으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의 캐스팅 기준엔 굳건한 신조가 있다.

    "캐스팅은 도박하는 것과 같다. 우선 만나봐야 한다. 대충 이런 나잇대에 이런 직종의 사람이라는 기준이 정해지면 회의를 통해 열 몇 명의 후보를 추린다. 어떤 프로그램에 어떤 사람이 어울리겠다 생각하면 그 사람과 친한 사람들, 관계도를 살펴본다. 우리만의 흥신소를 통해 뒷조사를 시작한다(웃음). (후보들과)잠깐이라도 같이 일했던 PD, 작가,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 친구 어때'라고 물어본다. 이런 조사를 통해 프로그램에 담고 싶은 건 재능 같은 게 아니다. 그 위치까지 올랐다면 당연히 재능은 있다. 체크하는 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다. 단순히 착하다, 착하지 않다가 아니라 정말 인간답게 행동하는지, 현장에서 사람들을 잘 챙기는지 많이 본다.

    신조는 이런 사람들은 크게 대박이 나지 않더라도 중간은 한다는 거다. 이렇게 캐스팅했던 사람 중 하나가 (이)승기다. 초반엔 노래나 춤, 댄스 신고식 같은 걸 하면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성실하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고 캐스팅했는데 프로그램을 일으켜 세웠다. 재능은 두 번째다.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은 다 재능이 넘친다. 인성이 중요하다. 우리 프로그램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모르게 되게 면밀히 조사한다.

    리얼리티쇼에선 그 사람 성격이나 속내가 새어 나온다. 우리끼린 화면을 통해 흘러나온다고 표현한다. PD가 세심하게 좋지 않은 걸 잘라줘도 시청자로선 확실히 꼬투리를 잡지 못하겠지만 뭔가 있다는 걸 느낀다. 금요일 밤 '힐링 프로젝트'에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겠나.

    오히려 기획 초기 캐스팅은 어렵지 않다. '신서유기' 캐스팅 시작할 때도 '케미'가 있고 서로 친한 사람들로 구상했다. 중간 자리에 끼어들어 갈 (안)재현이나 (남)주혁이 같은 친구들을 캐스팅하는 게 제일 어렵다. 기존 멤버들과 잘 섞일 수 있을까, 매력을 드러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욕하진 않을까, 예쁘게 봐줄까, 여러 고민을 한다."

    나영석 PD 고백. 나영석 PD는 리얼리티 쇼도 하나의 기분 좋은 속임수라고 표현했다. /남용희 인턴기자
    나영석 PD 고백. 나영석 PD는 리얼리티 쇼도 하나의 기분 좋은 속임수라고 표현했다. /남용희 인턴기자

    ◆ TV로 휴식하기, '힐링 예능'에 대한 시선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 프로젝트를 한 지 오래되긴 했다. 시청자들은 식상하게 느낄 수 있으니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고민이다. 모든 PD가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다 잘할 순 없다. 트렌드에 따라서 장르를 바꿀 수도 없다. 옛날에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문화 수준이나 시청자 수준이 정말 높아졌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시청자들은 어떤 게 전문가가 만든 작품인지 초짜가 만든 작품인지 알 거다.

    나 같은 사람이 해오던 장르가 있지만 다른 걸 고민하고 도전할 수도 있겠지. 좋게 포장하면 도전이지만 나쁘게 포장하면 객기다. '나영석이니까 할 수 있다'는 건 자만이다. 잘하는 걸, 오랫동안 깊이 연구해온 사람일 뿐이지 다재다능한 PD는 아니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어떻게 새로워질까 고민한다."

    ◆ 자연도 동물도 주인공, 따뜻한 시선

    "우리 팀의 성향이자 제작진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보는 걸 좋아한다. 나 자체는 삭막한 사람이라서(웃음) 위로받는 게 있더라. 가능하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고 한다. 그게 잠깐의 허구일지언정.

    우리끼리 '삼시세끼'는 장르로 따지자면 리얼리티 쇼이자 판타지 같다는 이야길 한다. 시골에서 무소유로 욕심내지 않고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좋은 집을 어디서 구하겠나. 어떻게 보면 리얼한 쇼지만 허무맹랑한 쇼지. 자급자족하고 한 시간 번 돈으로 라면 끓여 먹고 비 오면 비 오는 거 구경하는 것, 슬프지만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고 있다는 걸 알지만 속는 순간 기분 좋은 거지."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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