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흔적! 소신있는 바보들의 식당 '바보면가'

    전·현직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부산시 서구 남경빌딩의 숨은 이야기가 주목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왼쪽), 독자제보
    전·현직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부산시 서구 남경빌딩의 숨은 이야기가 주목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왼쪽), 독자제보

    '소신 있는 바보들의 집합소?'

    최근 온라인과 SNS를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진에는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한다. 부산시 서구 임시수도기념로 21-10(부민동3가 33-5) 남경빌딩의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간판때문이다. '변호사 문재인'과 '변호사 노무현'이라는 글귀가 예사롭지 않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1990년 1월24일 촬영된 것으로 두 전·현직 대통령은 남경빌딩 2층과 3층에 나린히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인권변호사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변론에 힘썼다. 여기서 궁금증이 든다. 사진은 어떻게 30여 년이 지난 지금, 빛을 보게 된 걸까.

    사진의 촬영자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남경빌딩을 직접 매입한 이정이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19대 대통령 당선을 직접적인 이유로 꼽았다. 그는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사진을 유언으로 역사에 남기려고 숨겨놨다"면서 "손녀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울면서 전화한 뒤 사진을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30년 전 많은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정이 씨 문재인 대통령을 '성직자'에 비유했다. 그는 "수천·수백만원 다 받을 수 있고 원하면 로펌도 갈 수 있었는다"면서 "그런데 가방 하나 제대로 못 가지고 다니면서도 변론비를 무료로 해줘 자기 옷 한 벌도 못 해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이 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나면 경상도식으로 윽박을 지르기도 했지만 정의로웠다"고 추억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수십 년씩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에 놀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흔한 판사나 검사 대접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온건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이라고 회상했다.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과 문재인은 각각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과 제19대 대통령이 됐고, 남경복국집을 운영하던 여인은 장성한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됐다. 세월은 남경빌딩과 남경복국집도 할퀴고 갔다. 30년이 지난 현재 남경빌딩은 과거와 달리 말끔한 모습으로 새단장했고, 남경복국집은 현재 '바보면가'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바보면가를 운영해온 오경훈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며 가게 이름을 '바보면가'로 지었고, 변함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해왔다"며 "기득권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 있게 국정을 운영하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바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별명 중 하나로 패배가 분명한 부산시장 선거에 지역주의를 타파를 목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바보로 비유되면서 별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바보'은 확정된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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