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터뷰] '리얼' 김수현

    배우 김수현이 대부분 회차에 출연하며 선 굵은 연기를 펼친 영화 '리얼'에 대한 혹평에 대해 \
    배우 김수현이 대부분 회차에 출연하며 선 굵은 연기를 펼친 영화 '리얼'에 대한 혹평에 대해 "솔직히 보기 힘들었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모든 영화들이 호불호가 갈리지만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제작 코브픽쳐스)은 '불호'에 가깝다. 지난달 26일 열린 시사회 이후 쏟아진 혹평들은 출연 배우들이나 이사랑 감독, 제작사, 배급사에 뼈아플 수 있지만 그 또한 발전하기 위한 거름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된 영화 '리얼'에서 주연 장태영으로 분해 1인 다역을 소화한 배우 김수현(29)은 그런 혹평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사실 김수현의 연기는 나무랄 게 없다. '수트 장태영' '뿔테 장태영', 그리고 수트 장태영 안에 있는 분열된 인격까지 모두를 소화, '다크 나이트' 조커 히스 레저처럼 광기어린 연기도 펼쳤다.

    김수현은 지난달 27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시사회 이후 많은 이야기들을 봤다. 솔직히 말하면 정신이 나갈 정도로 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2007년 MBC '김치 치즈 스마일'로 연예계에 입문한 뒤 '정글피쉬'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등 브라운관에서 인기를 끈 김수현은 영화 '도둑들'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했다.

    '리얼'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김수현은 선 굵은 연기를 펼쳤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수많은 혹평으로 인해 성공적인 복귀작이란 평가를 받을 수는 없을 전망이다.

    다음은 말 끝 대부분에 '다나까' 어투를 쓴 김수현과 나눈 일문일답.

    180도 연기 변신 펼친 김수현. 김수현은 '리얼'에서 보여준 과감한 연기에 대해 \
    180도 연기 변신 펼친 김수현. 김수현은 '리얼'에서 보여준 과감한 연기에 대해 "미개척지였기 때문에 오히려 용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본 만족도가 궁금하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만족도라고 한다면, 다시 '리얼'을 찍자고 했을 때 지금 완성품보다 못할 자신만 있습니다.

    -그간 보여진 자신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 연기들이 많았다.

    캐릭터들에 대한 욕심과 함께 너무 많은 숙제들이 있었습니다. 센 장면들도 있어 대부분 굵고 크게 보였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 있어 미개척지였기 때문에 오히려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이 왔나?

    대본을 보고 나서 제가 밤마다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리얼'이 영화관에 걸려 있을 때 장태영을 연기한 사람이 제가 아니라면 서운할 것 같았고요. 이상하게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성민, 성동일, 이경영 등 선배들에게서 많이 배웠을 것 같다.

    선배님들께서도 대본 단계에서 많이 어려워 하셨던 게 사실입니다. 다 같이 리딩을 하면서도 토론하듯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 과정도 즐거웠습니다. 정인겸 선배님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김홍파 선배님도 분위기를 만드는데 탁월하셨습니다. 같이 연기할 때면 항상 시끌벅적하고 화기애애했습니다. 특히 이성민 선배님은 심리 치료하는 박사 역할을 위해 직접 심리 치료 박사님을 만나 치료 방법을 배웠고, 말투나 습관들을 가져와 연기하기도 하셨습니다.

    -시사회 이후 '20대 대표작으로 남길 바란다'는 말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 대부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2012년 '해품달'에서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리얼'이 20대 대표작으로 남길 바란다는 말은, 제가 그동안 배우며 습득한 것들을 모조리 모아 불태운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았습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욕심냈던 대본이고 캐릭터였던 만큼 제가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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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금 연기? 도전해 본 결과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다." '리얼'에서 베드신을 소화한 김수현은 "노출이 있다보니 식단 관리는 필수였다"고 회상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금 연기도 있었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지인들이 특별히 그 신(scene)을 걱정한다기 보다는 '너 19금도 해?'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도전을 해보게 됐다'고 답했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세하게 따졌을 때는 많이 어렵고 낯설고 긴장되는 작업인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욕심을 냈던 것은 두 캐릭터, 두 인격들에 차이점을 둬가며 표현하는 부분이었고, 그 다음은 베드신이 부담이 됐습니다. 노출이 있다보니 식단 관리는 필수였습니다.

    -수많은 카메오들이 출연하는데, 출연시키는데 큰 힘을 보탰을 것 같다.

    수지, 아이유, 박서준, 안소희 등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평소 연기 변신 욕구가 있었는지?

    특별히 연기 변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리얼' 캐릭터를 선택한 부분에 있어서 연기 변신이 따라왔다고 생각합니다. 한 작품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인격이 2인분이다 보니까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설리와 호흡은 어땠나?

    워낙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리얼' 캐스팅 단계부터 열정적으로 달려 들었는데 덕분에 제가 자극을 받아 고맙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궁금한 게 있거나 막히는 게 있으면 담아두지 않는 스타일이라 대화가 잘 되고도 했습니다. 촬영 전까지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오디오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얼굴도 아름답죠.

    -'리얼'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우선 연기하는 것 자체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그 기대감에 비례한 부담감은 평생 있을 것 같습니다. '리얼'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가면극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가면을 쓰고 연기했을 때 더욱 과감해질 수 있고 에너지가 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30대인데 계획이 있나?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 두진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30대로서의 연기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타이밍이 맞는다면 내년 봄 전 입대를 하기 전에 작품 하나를 더 하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30대가 된 소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30대가 된 지 6개월차가 됐는데 저에게 있던 연예인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의 거리가 좁혀졌습니다 인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느낌이 있습니다. 덕분에 이대로만 발전된다면 나중에는 조금 더 선이 굵어진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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