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인터뷰] '특별시민'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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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막연하게 관심은 있었죠." 영화 '특별시민'에서 광고전문가 박경을 연기한 심은경이 선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선거는 우리의 권리"라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장미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은 현재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됐고, 갑작스럽게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게 됐다.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을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감하고 있다.

    배우 심은경(23)에게도 이번 대선은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심은경은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제작 팔레트픽처스)에서 광고 전문가 박경 역을 맡았다. 평소 변종구(최민식 분) 서울시장을 좋아했던 박경은 청춘토크 객석에서 돌연 시장을 향해 "지금처럼 하면 안된다"고 직언을 한다.

    당찬 박경의 발언에 눈길이 간 변종구는 박경을 자신의 선거본부로 영입한다. 박경은 심혁수(곽도원 분)와 함께 변종구를 서울시장 3선에 성공시키기 위해 손에 '똥'을 묻히기 시작한다.

    지난달 21일 심은경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특별시민'이 정치영화이다보니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번 대선과 정치에 관련된 것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심은경은 "막연하게 관심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 제 나이에서 정치라는 것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는 시점에 들어온 작품이 '특별시민'이었죠. 그래서 더 눈여겨 봤고요. 촬영하고 난 지금도 사실 정치라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유권자로서 권리가 무엇인지, 선거, 정치라는 것을 계속 지켜봐야하는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작은 것부터 변해야 큰 변화를 만든다고도 생각했고요.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꾸준히 접하다보면 언젠가 알게 된다고 생각해요. 변화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요?"

    다음은 정치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는 심은경과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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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스럽습니다." 심은경은 호흡을 맞춘 곽도원의 칭찬에 대해 부끄러워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를 본 소감부터 부탁한다.

    긴장이 많이 됐죠. 영화가 굉장히 진중하고 무게가 있다보니까 언론시사회 때는 아무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제 부분 있어서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객관적으로 떠난 느낌이었어요. '저기 심은경이 연기하고 있네?' 그런 느낌이었죠. 저 스스로 신경이 쓰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런 장면에서는 부끄럽더라고요. 관객분들께 판단을 맡겨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긴장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아요.

    -곽도원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쑥스럽죠. 제가 완성된 배우가 아니다보니 쌓아가야하는 것도 많고 부족함이 많은데 선배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최민식, 곽도원 선배님을 지켜보면서 연기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 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요. 다음 작품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선배님들과 감독님, 스태프들의 노고와 조언들이 박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촬영을 하면서 감사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저와의 싸움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옛날에는 '내가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이번 '특별시민'을 통해 배우끼리 호흡을 맞추고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숏컷이 매우 잘 어울렸다. 젊은 광고 전문가의 느낌이 잘 묻어났다.

    의상 피팅만 4번을 했는데 그러다가 숏컷 얘기가 나왔어요. 촬영 일주일 전에 감독님께서 숏컷이 좋겠다고 하셔서 마리를 자름과 동시에 마음을 굳건히 먹은 것 같아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요. 박경이란 캐릭터가 되게 어렵다고 생각을 했는데, 화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여주고 따라가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죠. 내적, 외적으로 많은 얘기를 했는데 그 정도로 박경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했죠.

    -말한 것처럼 박경의 성장 스토리로도 볼 수 있다.

    저는 정치 '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광고판에서 2년간 에이스였고 그가 만든 광고는 잘되기도 했으니까요. 항상 간직하고 있었던 정치에 대한 야망과 꿈이 있었기에 '청춘 토크'에서 일부러 변종구 시장한테 그런 얘기를 한 것이죠. 심혁수의 제안에 휴대폰을 바꾸는 모습부터가 '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변종구와 심혁수에게 노련미가 있다면 박경에게는 신념과 꿈이 있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정치판과 현실의 거대한 음모를 봤을 때의 괴리감을 어떻게 잡고 갈 것인지 고민을 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나한테 이런 작품이?'라면서 만세를 불렀죠. 그러면서도 '내가 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아마도 심은경이 완벽하게 박경을 연기하는 것보다 그가 갖고 있는 신념과 꿈, 그리고 미숙함에서 오는 신선함을 저한테서 끄집어내고 싶으셨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박경이 완벽한 정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생'이었죠. 청춘들의 어떤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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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식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심은경은 평소 최민식을 존경했다며 "처음에 인사를 드리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긴장됐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쇼박스 제공

    -최민식과 투샷이 매우 많았다.

    긴장을 많이 했죠. 처음에는 벌벌 떨면서 인사를 드렸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랬더니 최민식 선배님이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냐'고 많이 얘기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연기하는데 있어 선배와 후배는 없다. 서로 연기하는 입장으로 대해라'고 하셨어요. 아직도 긴장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런 긴장이 박경과 맞닿아 있는 게 있었죠.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다면?

    '현장에 왔을 때는 프로가 돼 있어야 한다. 아마추어가 아니잖아? 네가 촬영장 외에서 어떤 행동을 하건 그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촬영장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끌어들이려고 하지 마라. 그게 프로다'라고 하셨던 부분이요. 많이 와 닿았고, 저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평소 최민식을 존경했다고.

    제일 존경하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죠. '명량' 때도 시사회 표를 어떻게든 구해 선배님 연기를 보고 싶어했을 정도죠. 그러다 이렇게 호흡을 맞추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습니다. 너무 큰 행운이고 선배님께 많이 감사드려요. 볼 때마다 경외심이 느껴집니다. 평생 연기해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하는데, 선배님은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시더라고요. 보고 배우는 게 참 많았습니다.

    -일본 활동이 예정돼 있다.

    너무 좋은 기회들이 찾아온 것 같아요. 저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아 감사드리죠. 한국이건 일본이건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천천히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제 나이대의 한계가 있는데 거기 맞춰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욕심이란 게 한도 끝도 없잖아요. 다 덜어낼 수 없겠지만 마음을 비워가면서 즐기듯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연기에 있어 고민이 되고, '제 길이 아닌가'라고 생각도 했었죠. 이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직 저는 쌓아가야할 게 많으니까요.(웃음) 천천히 밟아가고 배워간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편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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