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희의 골라인] '4가지 없는' 슈틸리케호, 카타르에 패한 이유

    한국, 카타르에 2-3 패배! 슈틸리케호가 카타르에 지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아시아 A조 3패(4승 1무)째를 떠안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카타르에 2-3 패배! 슈틸리케호가 카타르에 지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아시아 A조 3패(4승 1무)째를 떠안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 다시 경질 위기

    슈틸리케호가 카타르에 덜미를 잡히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다시 원정 약점을 드러내며서 플레이오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약속한 '남은 경기 전승'은 단 한 경기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질 만해서 졌다는 점이다. 2-3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졸전', '완패', '참패' 등의 표현이 나온다. 그만큼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슈틸리케호는 왜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카타르에 무릎을 꿇었을까. 최악의 경기력에 대한 이유는 '4가지 실종'에서 찾을 수 있다.

    ◆ 수비 호흡 불일치

    '수비는 안정감이 우선이고 공격은 다양함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수비수들이 뭉쳐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호흡'이 생명이다. 그 호흡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발을 함께 맞추는 시간이 보장되고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슈틸리케호 수비는 카타르와 대결 전부터 오락가락했다.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스리백 전환에 실패했고, 다시 포백으로 돌아서 카타르를 맞았으나 헛점투성이였다. 수비 호흡 불일치가 카타르전 패배의 큰 원인이 되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호흡'이 전혀 안 맞았다. 상대 빠른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 협력 수비와 공간 배분이 필요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스피드에서 카타르 공격수들에게 밀리는 중앙수비수들은 시너지를 내지 못하며 흔들렸고, 사이드백들도 상대의 날카로운 역습에 계속 무너졌다. 포백의 기본인 '플랫'이 여러 차례 붕괴되면서 치명적인 공간을 내줬다. 결국 '수비 호흡 불일치'가 여실히 드러나며 두 번째와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불안한 포백' 한국, 카타르 공격에 무너지다! 한국은 카타르의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에 수비가 무너지면서 2-3으로 졌다. /심재희 기자
    '불안한 포백' 한국, 카타르 공격에 무너지다! 한국은 카타르의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에 수비가 무너지면서 2-3으로 졌다. /심재희 기자

    슈틸리케호는 이번 카타르전까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경기에서 수비라인을 모두 '포백'으로 구성했다. 총 10명의 선수가 포백 자리를 채웠다. 선수들의 기량이 엇비슷해 크게 불안하지 않다고 느껴졌지만 '주전 포백'이 없어 수비 호흡을 확실히 끌어올리기 어려웠다. 카타르와 원정 경기에 나선 김진수-장현수-곽태휘-최철순 포백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나온 새로운 조합이다. 중국과 1차전 포백 오재석-홍정호-김기희-장현수와 비교하면 모두 바뀌었다. 장현수는 중국과 홈 경기에서 라이트백으로 뛰었고, 카타르와 원정 경기에서는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 슈틸리케호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경기 수비라인
    1차전 vs 중국(홈) : 포백(오재석-홍정호-김기희-장현수)
    2차전 vs 시리아(원정) : 포백(오재석-김영권-장현수-이용)
    3차전 vs 카타르(홈) : 포백(홍철-홍정호-김기희-장현수)
    4차전 vs 이란(원정) : 포백(오재석-김기희-곽태휘-장현수)
    5차전 vs 우즈베키스탄(홈) : 포백(박주호-장현수-김기희-김창수)
    6차전 vs 중국(원정) : 포백(김진수-장현수-홍정호-이용)
    7차전 vs 시리아(홈) : 포백(김진수-장현수-홍정호-최철순)
    8차전 vs 카타르(원정) : 포백(김진수-장현수-곽태휘-최철순)

    ◆ 공수 연결고리의 부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에 4-2-3-1 전형을 기본으로 임했다. 포메이션을 4분화 해서 공간 점유 우위를 꾀했다. 전체적으로 공 점유를 많이 했다. 하지만 카타르의 역습에 크게 흔들렸다. 선제골과 추가골을 내준 뒤, 그리고 결승골이 된 세 번째 실점 이후 카타르의 역습에 전체적인 전형이 무너졌다.

    공수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2'의 부담이 커진 게 전체 전형 붕괴의 이유다. 기성용과 한국영은 한국이 리드를 빼앗기면서 공격과 수비의 부담이 동시에 올라갔다. 기성용-한국영 더블 볼란치 콤비는 수비적으로는 포백, 공격적으로는 세 명의 2선 공격 자원들과 스위칭 플레이를 효율적으로 펼쳐야 했으나 쉽지 않았다. 기성용은 공격 쪽으로 올라가면서 동점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탰지만, 후반전 중반 이후 체력 저하가 문제가 됐다. 한국영은 기성용의 전진 속에 후방에서 포백을 감싸는 임무에 힘을 뒀지만 카타르의 빠른 역습을 잡기에 버거웠다.

    기성용 '고군분투'했지만! 기성용은 한국-카타르 경기에서 4-2-3-1 전형 속에 한국영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출전했다. 만회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쳤으나 공격과 수비의 부담이 커 공수 연결고리 구실을 확실히 해내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기성용 '고군분투'했지만! 기성용은 한국-카타르 경기에서 4-2-3-1 전형 속에 한국영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출전했다. 만회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쳤으나 공격과 수비의 부담이 커 공수 연결고리 구실을 확실히 해내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포메이션은 팀의 기본이다. 고정 틀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경기 중에는 수시로 변한다. 이 포메이션이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서 기본은 지키면서 변해야 한다. 안정된 기본 속에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야 포메이션 탄력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카타르전에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인 기성용과 한국영의 부담이 커지면서 허리가 부실해졌던 슈틸리케호다. '2'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힘들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면서 공격과 중원, 중원과 수비의 빈 공간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그 공간을 활용해 카타르가 편안하게 역습을 시도하면서 한국은 어려운 상황을 많이 맞이했다.

    ◆ 킬러 부재

    한국은 전반 중반 '공격 에이스'를 잃었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의 한 축이 무너졌다. 가장 파괴력 높은 공격 옵션인 손흥민이 이탈해 공격 재편이 불가피했다. 날카로운 프리킥과 코너킥, 빠른 돌파, 과감한 슈팅 등 손흥민이 갖춘 장점을 쓸 수 없게 됐다.

    손흥민을 대신해 들어온 이근호는 제몫을 톡톡히 했다. 한국이 0-2까지 뒤진 상황에서 측면을 중심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1-2로 지고 있던 후반 25분 황희찬의 동점골에 큰 공을 세웠다. 노련한 돌파와 정확한 크로스로 황일수-황희찬으로 이어지는 득점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황희찬 A매치 데뷔골! 황희찬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으나 한국은 끝내 역전에 실패했다. 존재감 넘치는 킬러의 부재로 공격이 시원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희찬 A매치 데뷔골! 황희찬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으나 한국은 끝내 역전에 실패했다. 존재감 넘치는 킬러의 부재로 공격이 시원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킬러 부재'가 아쉬웠다. 한국은 2-2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땅을 쳤다. 만회골과 동점골 모두 측면을 흔들며 잘 만들어냈지만 존재감 있는 공격수가 마무리 짓는 그림이 아니었다. 중앙에서 직접 해결하는 '킬러'가 없어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졌다. 상대 수비진을 묵직하게 파고들고 힘 있는 슈팅을 때려주는 공격수가 없어 역전을 이루지 못했다. 감독이 된 지 꽤 지난 황선홍, 최용수의 선수 시절 존재감이 머리를 스쳤다.

    ◆ 부족한 용병술

    이번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빠르게 승부수를 띄웠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지자 이근호를 곧바로 투입했고, 후반전 초반 두 골 차로 뒤지자 황일수를 깜짝카드로 뽑아들었다. 용병술은 통하는 듯했다. 이근호는 부지런히 카타르 측면을 흔들며 동점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됐고, 황일수는 황희찬의 동점골을 어시스트 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은 '부족'했다. '중동 킬러'로 통하는 이근호와 '카타르리그 MVP' 남태희 카드를 아낀 점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이재성의 전진 배치 등으로 연쇄적으로 포지션 이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복 없는 이근호와 카타르를 가장 잘 아는 남태희를 벤치에 머물게 한 부분은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카타르 경기 후 다시 경질설에 휩싸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카타르 경기 후 다시 경질설에 휩싸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결론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노림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승부처에서 남태희를 투입하겠다는 계산은 동점을 이룬 후 4분 만에 다시 실점하면서 밑그림이 깨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팽팽한 흐름 속에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하고 계속 카타르에 한 대 얻어맞은 뒤에 선수 교체를 펼쳤다. 히든카드를 쥐고 있으면서도 앞서나가기 위한 도전이 아닌 따라가기 위한 소극적인 용병술로 일관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kkaman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