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감산 계획을 공식화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불황' 대응 전략 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예측도 어려워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른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전자는 정공법을 택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 감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라인 운영은 수요 변동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와 같은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설비 재배치를 통한 생산 라인을 효율화하겠다"고만 밝힌 바 있다.

이는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밑바탕 돼 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D램 재고율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데이터센터 고객 수요 증가 등 판매량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회전율은 증가했다"며 "낸드는 고객사의 가격 저점 인식이 확대된 가운데 주요 응용처의 고용량화로 재고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에는 적정 재고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하반기는 계절적인 성수기로 인해 상반기보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예단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팩트 DB

이번 결정은 경쟁사들과 상반되는 행보이기도 하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은 감산을 통해 공급 조절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감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D램은 생산 캐파(생산능력)를 4분기부터 줄인다"며 "최근 성장세에 있는 CIS(이미지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이천 M10 공장의 D램 캐파 일부를 CIS 양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 줄일 예정이다.

투자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 장비반입 시기도 수요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가 감산 조치에 나선 만큼 초격차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2세대 10나노(1y) 미세공정 전환과 6세대 V낸드플래시 양산 등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감산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고, 탄력적으로 공급을 조절해왔다면 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감산에 들어간 제품은 기존 기술인 20나노급 제품인데, 10나노급은 감산 필요성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은 56조13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03%, 55.63% 감소했다. 반도체만 떼어놓고 보면 매출 16조900억 원, 영업이익 3조4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26.8% 줄었고, 영업이익은 70.7%나 급감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은 6조4522억 원, 영업이익은 63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8%, 89% 감소한 수치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 53% 줄었다.

jisse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