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아카데미] 윤여정, 韓 영화 새 역사 썼다…여우조연상 영예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 아시아 배우로써는 두 번째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 아시아 배우로써는 두 번째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세계 영화 팬 사로잡은 '미나리'의 순자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윤여정은 25일(한국시간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온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이날 '보랏2' 마리아 바칼로바, '더 파더' 올리비아 콜먼,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 등과 경합을 벌였다. 그리고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오스카상 역사상 두 번째로 연기상을 받는 아시아 배우가 됐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윤여정은 "내 이름은 '여정 윤'이다. '여영' '유정'이라고 부르고는 하는데 모두 용서하겠다"는 유머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TV프로그램 보듯 아카데미를 봤는데 이 자리에 왔다니 믿을 수 없다. 투표해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미나리' 원더풀!"을 외친 그는 "모두에 감사하다. 정이삭 감독 없이는 이 자리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캡틴이자 감독이었다. 무한한 감사 드린다"며 "나는 경쟁은 믿지 않는다. 내가 어릴 때부터 많이 보고 훌륭한 연기를 봤던 글렌 클로즈를 이길 수 있겠는가. 각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각자가 승자다. 경쟁이라 할 수 없고, 운이 좋았던 것 같고, 한국 배우에게 호의 표해준 미국인들 덕분"이라고 했다.

    윤여정은 특히 자신이 출연한 첫 영화 '화녀'의 감독 김기영에게 감사를 돌렸다. 그는 "김기영은 천재 감독이었고 살아계셨다면 행복해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나리'는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분)를 돕기 위해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했다. 유쾌한 통찰력을 지닌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의 면면을 열연해 호응을 끌어냈다.

    윤여정은 딸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판씨네마 제공
    윤여정은 딸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판씨네마 제공

    '미나리' 크랭크인 당시 윤여정에게는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뒤따랐다. 하지만 '미나리'는 독립영화였고 혹독한 촬영 현장이 예상됐다. 윤여정은 모든 걸 감내하기로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간담회에서 윤여정은 그 이유를 "시나리오에 먼저 매료됐고 정이삭 감독이 순수해 보여서"라고 밝혔다.

    '미나리'가 농장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윤여정은 촬영 내내 고군분투했다. 스태프들과 기숙사 형태의 숙소에서 합숙했고 날씨는 덥고 습했지만 에어컨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윤여정은 한예리에게 "정신 차려야 한다"는 말로 용기를 북돋웠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윤여정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날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맛봤다.

    한편 '미나리'는 이날 작품상(크리스티나 오)과 감독상(정이삭),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정이삭), 음악상(에밀 모세리) 등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감독상, 각본상은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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